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라임·옵티머스 특별검사법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정쟁용 특검을 받아들이는 건 민생 포기”라고 맞받으며 다음달 공수처 출범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27일 임정혁·이헌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하는 추천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검찰청 차장 출신인 임 변호사는 ‘공안통’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장과 대검 공안2·3과장 등을 거쳤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 변호사는 2015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추천 몫으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추천서를 제출한 뒤 “국회를 더는 정쟁의 장으로 내몰 수 없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이제 여당은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실체를 밝힐 특검 도입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가 정쟁용 ‘시간 끌기’라며 선을 긋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 심의를 앞두고 정쟁용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제1야당의 민생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염태영 최고위원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하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주장해야 한다”며 “특검보다 공수처가 먼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와 규탄대회를 연이어 열고 특검을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의 시간’으로 불리는 국정감사도 증인 없는 ‘맹탕’으로 치른 만큼 특검 관철로 정국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 판단이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의결 정족수가 ‘7명 중 6명’으로 규정된 현행법에 따라 야당 측 위원 2명이 가지는 사실상의 비토권을 향후 민주당과의 특검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여당이 특검을 끝까지 받지 않을 경우 장외투쟁 카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되자마자 여야가 특검 및 공수처 출범을 놓고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면서 예산 정국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측 위원들이 공수처 출범에 비토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이 이를 돌파하기 위한 법 개정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주 추천위 구성을 끝내고 11월엔 공수처 설치가 완료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