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윤석열 감찰' 왜 하필 지금인가

입력 2020-10-27 17:01
수정 2020-10-28 00:26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감찰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개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2017년 5월~2019년 7월) 몇몇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에 대해 추 장관은 “검사윤리강령에 위배되지 않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의혹은 오래전에 알려진 것이다. 지금은 여당 대표의 메시지실을 맡고 있는 전직 언론인은 작년 9월 칼럼에서 “(윤 총장이) 보수언론 사주를 잇따라 만난 적이 있다”고 쓴 바 있다. 올 1월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당 의원의 질의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이 언급됐다. 하지만 추 장관은 취임 직후 별다른 진상 조사 등을 지시하지 않았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도 그랬다. 박 전 장관은 올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관 재직 시절 법무부 간부로부터 윤 총장이 언론사 사주를 만났다는 보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털어놨지만 감찰을 하진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27일 뒤늦게 감찰을 하려는 데 대해 “(최근) 관련 진정 사건이 접수돼 진상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 총장의 ‘작심발언’으로 ‘한 방’ 얻어맞은 추 장관이 역공세를 취하기 위해 해묵은 의혹을 끌고 왔다는 시각이 법조계에선 적지 않다. 추 장관이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건 혹은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건 감찰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와서 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의혹’ 수사의뢰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시사한 것도 무리라는 평가다. 추 장관은 당시 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이 부실 수사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은 해당 사건은 ‘부장검사 전결’ 사안이라 자신은 무혐의 처리된 줄도 몰랐다고 했다. 당시 수사라인에 있었던 김유철 원주지청장도 국감이 종료된 직후 “윤 총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이 정도 사건은 윤 총장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능히 짐작된다”며 기어코 감찰을 지시했다.

검찰 안팎에선 법무부 장관이 마음에 안 드는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감찰권을 활용하는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별다른 물증 없이 과거에 있었던 단순 의혹만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며 “검찰이 캐비닛에 사건을 넣어두고 적정한 때 꺼내 활용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추 장관의 발언과도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