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생명·연금보험 손 떼는 AIG…내년 3월 CEO도 교체

입력 2020-10-27 15:59
수정 2020-11-26 00:32

미국의 다국적 보험회사인 AIG가 생명·연금보험 사업을 접고 손해보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약 3년6개월간 AIG를 이끌어온 브라이언 두퍼로 최고경영자(CEO)는 물러나고 피터 자피노 사장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기로 했다.

AIG는 2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AIG 측은 "어떤 식으로 분사를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분사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IG가 경쟁사 악사(AXA)처럼 생명보험 사업부를 분사한 뒤 기업공개(IPO)에 나서거나 분사한 사업부의 일부나 전부를 매각할 전망이다.

생명·연금보험 사업 분사를 두고 업계에선 최근 20여년간 AIG가 보여 준 변화 중 가장 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G에 있어 생명·연금보험은 연간 매출의 33%를 담당하는 핵심 사업중 하나로 꼽힌다. 전체 자산(5690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그런데도 AIG가 생명보험 사업부를 떼어내기로 한 것은 저조한 수익률 때문이다. 통상 생명·연금보험 사업부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는데, 이미 10년 전부터 저금리 기조가 시작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여기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저금리 기조는 한층 강화됐다. 앞으로 수 년간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G뿐 아니라 상당수 보험회사들이 생명보험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생명·연금보험 부문 분사는 칼 아이칸, 존 폴슨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주장했던 개혁안이다. 앞서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주주총회에서 안건에 올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AIG 안팎에서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힘을 받았다.

올 들어 AIG 주가는 39.1%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약 269억달러(약 30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S&P손해보험지수(9.5%)와 S&P생명보험지수(27.7%)보다도 하락율이 크다.

새 CEO 자피노의 임기는 내년 3월부터다. 미 보스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재보험 중개사 가이카펜터와 보험중개사 마쉬 등에서 CEO를 지냈다. 2017년 AIG에 합류해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두퍼로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로, 일찍부터 차기 유력 CEO로 조명받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