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협상 실무를 맡았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최근 3개월간 '혁명화 교육'(강제 노역)을 받고 이달 초 복권했다고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27일 보도했다. 최선희는 지난 7월 초 담화를 발표한 뒤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최선희는 지난 7월 혁명화 조치로 평양 형제산구역에 있는 협동농장에서 3개월간 노역했다.
이 협동농장은 중앙당 간부들에게 배급되는 곡물과 채소 등을 재배하는 곳이다. 최선희는 여름철 고추 농사를 짓느라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고 한다.
최선희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노 딜' 이후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이 퇴조할 때 오히려 입지를 다진 인물이다.
최선희는 하노이 회담 2개월 뒤 최고인민회의에서 차관급으로는 유일하게 국무위원회 위원이 됐고, 외무성 부상에서 제1부상으로 승진해 김 위원장의 신뢰를 입증했다.
데일리NK는 최선희가 이선권 외무상과 반목을 하다가 강제 노역에 보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초 군 출신 대남 강경파인 이선권이 외무상에 임명된 후 최선희와 지속적인 신경전이 있었고, 올 4월 리선권이 국무위원에 오르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한다.
이선권과 최선희가 대미 정책에 있어 의견 일치를 보이지 못하고 마찰을 빚자 중앙당에서도 두 사람에게 합의된 하나의 정책 제안이 아니라 각각 제안서를 제출하라면서 최종 결정은 당에서 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에도 이선권과 최선희가 각각 다른 제의서를 당에 올려보냈는데 결론적으로 중앙당이 이선권의 손을 들어줬고, 결국 최선희는 처벌을 받았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이선권의 제의서에는 정책 제안뿐 아니라 최선희의 실책으로 국가 위상이 저하됐다는 비난이 담겨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최선희의 혁명화 조치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선희를 신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달리 김여정은 최선희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