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난리인데…재외공관 단 한 곳만 '감염병 대응훈련'

입력 2020-10-26 15:25
수정 2020-10-26 15:27

지난해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등 대규모 사건 사고가 해외에서도 끊이지 않는데 외교부 재외공관에서 연 1회 실시하는 '위기대응 도상훈련'에 공관 직원만 참석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총 재외공관 50~70여 곳에서 공관 직원만 참여하는 재난훈련이 실시됐다. 아울러 감염병 대응 훈련은 최근 3년간 한 국가의 공관에서만 실시했다.

특히 3급 비밀로 취급되고 있는 각국 재외공관의 최근 3년간 '위기대응 도상훈련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임의로 선정한 3개 공관 모두 똑같은 내용을 연도와 날짜만 변경해 보고서를 작성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허술한 훈련관리 어쩌나외교부 장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5조에 따른 해외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으로서 각국 재외공관에 최소 연 1회의 '위기대응 도상훈련'을 지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외공관에서는 매년 훈련한 뒤 결과보고서를 본부에 제출하고 있다.

훈련 유형은 △국외 테러 △해외납치 △정정불안 및 내전, 분쟁 △자연재해 △감염병 또는 가축 질병 △방사능 유출 등 산업재해 △항공기·선박·철도 등 교통사고 총 7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지성호 의원은 외교부에서 훈련을 지시만 할 뿐, 훈련의 근거와 방법은 법·규정·지침 등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훈련의 모든 부분을 재외공관의 재량에만 맡긴다는 얘기다.

그 결과 대다수 재외공관에서 매년 7가지 위기 유형 중 한 가지의 같은 훈련을 반복 실시하거나, 매년 재외국민의 직접적 참여 없이 공관원들만 모여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성호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어"2017년의 경우 총 재외공관의 40%에 해당되는 71개 공관에서 직원만 참여하는 재난훈련이 실시됐다. 2018년 55개, 2019년에도 56개 공관에서도 공관원만 참석하는 훈련으로 진행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해·재난의 가장 큰 이슈인 감염병의 경우, 훈련 유형에는 들어 있지만 최근 3년 동안 모든 재외공관 중 유일하게 콩고 대사관에서만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공관에서 특정 사건이 터진 후 그 사건에 해당하는 유형의 훈련만 반복 실시해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라트비아, 리비아, 이탈리아 등 일부 공관에서는 아예 연중 훈련을 실시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성호 의원실에 "감염병의 경우 예측이 불가능해 (훈련이) 어렵다"고 해명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지성호 의원 : 도상훈련이 유사시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책으로서 재외국민 보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 실시와 방법을 비롯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지침 등 근거를 확실히 정하고 훈련 후에는 본부에서 결과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