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州)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오하이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다음달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향배를 결정할 대표적 경합주에서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 중서부와 남부 일부 지역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텍사스주는 연방정부에 비(非)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군 병원을 활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美 백악관 “대유행 정부가 통제 못해”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인 와중에 25일(현지시간) 백악관 고위 인사가 “코로나19 대유행은 통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혀 논란을 샀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미 정부)는 대유행을 통제 아래 두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전염성이 강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해 죽지 않도록 적절한 완화 요인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세를 막기 힘들다며 한계를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수백만 명의 미국 가정이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확산 통제를 포기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백악관이 국민 보호라는 기본 의무를 포기한 발언”이라며 “(코로나19에) 패배했다는 백기를 흔들고 바이러스가 그저 사라지기만을 바라고 있다는 얘기”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에서도 비판적인 발언이 나왔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지도자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옳은 결정을 내려야 할 책임이 있다”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려하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오는 31일 핼러윈데이, 다음달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 연휴 등이 줄줄이 이어져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각종 모임과 가족 행사 등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금 위험한 급변점(티핑 포인트)에 와 있다”며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확산세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더욱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각국은 ‘준봉쇄령’ 속속미국과 달리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은 야간 통행금지, 야간 영업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달 들어 감염자가 급증한 프랑스는 지난 24일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본토 54개 주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로 확대했다. 지난 17일부터 수도 파리 등 주요 지역 아홉 곳에서만 시행했는데 범위를 늘린 것이다. 합당한 사유 없이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에 외출했다가 적발되면 135유로(약 1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음식점과 주점의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제한하고, 영화관 헬스클럽 극장 등 다중 운집시설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26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시행한다. 이달 들어 이탈리아 정부가 내놓은 네 번째 방역 규제다. 이탈리아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 심각성을 고려해 지난 3∼5월과 같은 전국 봉쇄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가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준봉쇄’ 수준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국가경계령을 재발동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지난 3월 13일부터 6월 21일까지 1차 발동 이후 7개월 만이다. 카나리아섬을 제외한 스페인 전역에 대해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 이동을 15일간 제한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