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법인 투기 막겠다"…토지거래 제한나선 경기도

입력 2020-10-26 17:30
수정 2020-10-27 00:51
경기도가 수원 고양 등 도내 23개 시·군 전역을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외국인 및 법인의 투기 목적 부동산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도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오는 31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 6개월간 수원시 등 23개 시·군 전역(5249.11㎢)을 외국인·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반면 접경·농산어촌지역으로 외국인·법인의 부동산 거래량과 투기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은 연천군 가평군 등 8개 시·군은 제외했다. 도는 이날 허가구역 지정 내용을 경기도보에 게재하고,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외국인과 법인이 주택이 포함된 토지를 취득할 경우 관할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도의 이번 조치는 외국인과 법인의 부동산 거래가 급증한 데다 이들이 취득한 부동산의 상당수가 실사용 목적이 아니라 투기 목적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도는 외국인 및 법인의 토지 소유를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져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경현 도 토지정보과장은 “도내 모든 지역에 걸쳐 내국인까지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하면 행정기관의 행정 업무 부담이 크고, 풍선효과로 서울·인천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지역과 적용 대상을 한정했다”고 외국인과 법인으로 규제 대상을 제한한 이유를 설명했다. 풍선효과와 내국인의 거래 절벽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도는 외국인과 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 신고 대상은 아파트, 연립주택, 공동주택 등 주택이 딸린 토지로 국한했다. 모든 토지를 대상으로 하면 법인의 경우 경제 및 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따라서 법인의 산업용 토지 등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도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법인이 취득한 도내 아파트는 958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036가구)보다 370%(7544가구) 급증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 상가 등 건축물 거래량은 5423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4085채) 대비 32%(1338채) 증가했다.

앞서 도는 지난달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법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규제 방침을 추진했다. 도는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을 허용하고, 2~5년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발생하는 토지거래허가제 특성상 허가구역 내 외국인과 법인의 투기 수요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내년 4월 30일까지 외국인과 법인의 토지거래 신고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한 뒤 투기 동향 등이 발견되면 상황에 따라 토지거래허가 기간을 2, 3차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