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CJ그룹이 6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26일 발표했다. 두 회사의 역량을 합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 본격 공략네이버와 CJ그룹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지분 맞교환 및 포괄적 협력에 관한 안건을 의결했다. 네이버의 자사주 1.28%(6000억원)를 CJ그룹이 가져가고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자사주 7.85%(3000억원), CJ ENM의 자사주 4.99%(15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의 신주 6.26%(1500억원)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맞교환으로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CJ ENM의 3대 주주,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에 오른다. 양사는 펀드 조성 등 콘텐츠 분야에 향후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지분까지 맞교환하면서 노리는 것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다. 네이버는 웹툰·웹소설에서 확보한 스토리 지식재산권(IP)을 영상화하는 데 CJ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CJ는 인기 IP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CJ그룹의 영상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네이버웹툰 IP로 드라마를 제작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 유통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자체 콘텐츠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더 킹: 영원의 군주’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와 CJ는 콘텐츠 분야에서 이미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CJ ENM의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는 네이버웹툰이 원작이었다.
‘한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티빙도 국내 대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최근 CJ ENM에서 분사한 티빙은 네이버와 결합 상품을 출시하는 등 가입자 확대를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CJ가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콘텐츠 유통 채널도 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월간실사용자(MAU) 1억6400만 명을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 서비스 브이라이브 등 네이버의 기존 서비스도 활용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쇼핑에서도 시너지 효과 노려국내에서는 두 기업이 쇼핑 사업에서 ‘윈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 쇼핑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는 배송이 약점으로 꼽힌다. 네이버가 지난 4월부터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문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풀필먼트)를 일부 상품에 도입한 이유다. 네이버는 이번 CJ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의 협력 강화로 수십만 개에 달하는 판매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CJ대한통운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완공한 ‘메가허브터미널’은 축구장 16개를 합친 규모(11만5500㎡)다. CJ오쇼핑, 일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이 입주했지만 아직 여유 공간이 넓다.
유통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배송 서비스를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콘텐츠, 물류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 CJ그룹과 협업으로 국내외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의를 제공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지분 투자로 ‘우군’을 끌어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네이버는 2017년 미래에셋대우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지난해에는 미래에셋대우의 도움을 받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세워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한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에 각각 1000억원을 투자했다.
김주완/김보라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