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준법감시제는 양형 심리대상"…이재용 파기환송심 내년 초 선고날 듯

입력 2020-10-26 16:30
수정 2020-10-26 17:07

재개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는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재판부가 오는 12월 최종변론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살짝 비친 만큼, 이르면 내년 초 선고가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6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속행했다. 상중(喪中)인 이 부회장은 전날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해당 재판은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판부가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한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면서 중단됐다. 이날 재판부는 "특검은 재판 진행이 부당하다며 기피 신청을 냈으나 결국 최종 기각됐다"며 "해당 결정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준법감시제도의 개선과 실효적 운영은 양형 심리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재판부가 지난 1월 밝힌 입장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단 구성이 필요하다고도 재차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재판이 중지된 동안 피고인들은 꾸준히 준법감시제를 시행해 왔다"며 "이런 노력이 진지한 반성에 해당돼 양형조건으로 고려되기 위해서는 전문심리위원들의 참여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으로 꼽았는데 특검은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반발한 바 있다. 재판부는 "특검이 지난 21일과 23일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특검도 전문심리위원 후보를 추천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29일까지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인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특검은 10분 가량의 시간을 얻고 앞으로 심리에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관련해 미래전략실 등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진행한 점을 인정하는지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조직은 아닌지 △이재용 부회장이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회사나 주주가 입게 된 손해에 대해 피해보상을 했거나 할 계획이 있는지 △준법감시위원회의 예산과 조직은 실질적으로 독립됐는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재판과 해당 재판에 있어 변호사 비용을 회사가 전부 또는 일부 부담한 사실이 있는지 등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정을 고려해 다음 공판기일을 11월 9일로 잡겠다고 했다. 이후 1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전문심리위원의 면담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해당 기간이 너무 짧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일정을 확정지으려 하자 이복현 부장검사는 "절차 진행을 재판부 재량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의견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발했고, 변호인 측은 "전문심리위원 지정이 고지가 됐는데 이제와서 말하는 건 소송지연 목적"이라고 맞섰다.

특검과 변호인 양측은 결국 11월 9일 재판에서 향후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12월 14일 혹은 21일 경 최종변론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만큼 2017년 3월부터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은 이르면 내년 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