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땐 고교야구 유망주였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손가락 부상을 당했고, 야구로 대학을 갔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그 때 그에게 새로운 길이 된 게 연기였다. 영화와 연극을 시작으로 조금씩 활동을 넓혀가며 웹드라마 '트웬티트웬티' 주연자리까지 꿰찬 박상남의 이야기다. 한 편의 청춘드라마 같은 이력을 가진 신예 박상남이었다.
웹드라마 '트웬티트웬티'는 막 성인이된 스무살들의 풋풋한 성장기를 그렸다. 박상남이 연기한 정하준은 채다희(한성민)를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왔고, 같은 대학에서 재회하면서 키다리 아저씨같은 애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채다희가 자신이 아닌 이현진(김우석)에게 마음이 쏠리는 걸 보면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물.
'트웬티트웬티'의 반전을 이끈 정하준이었기에 박상남의 활약이 더욱 돋보였다. 박상남은 "실제로 주변 사람들을 이끌거나 하려는 모습은 비슷한데, 저만의 틀에 누군가를 가두려 하지 않는다"며 "전 자유로운 영혼"이라며 해명아닌 해명을 하며 하준과는 다른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좋아하면 집착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냐"며 "하준이의 행동은 잘못됐지만, 마음은 이해가 된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야구 소년 이야기
박상남은 초등학교때 부터 야구를 했다. 야구를 좋아했고, 또 '잘' 했다고. 야구 명문 휘문고에 진학했고, NC다이노스 박민우 등과 함께 야구를 했다. 지금도 '휘문고 박상남'을 검색하면 거의 활약 기사를 볼 수 있을 정도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주여졌을 때 그에게 휴식이 된 건 영화나 공연 보기였다.
"원래 영화나 공연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부상을 당해 힘들었을 때, '이게 기회다' 싶어 바로 연기로 돌린 것도 그 때문이었죠.(웃음) 처음 야구를 관둔다 했을 때 다들 말렸어요. 저희 부모님도 반다해셨고요. 자라면서 거의 운 적이 없는데, 그때 '야구 관두고 싶다'고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처음 울었어요. 부상을 당하니 재활을 해도 성적이 안좋고, 그땐 기합이 있는 문화였는데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하려니 무서운 것도 있고 그랬죠."
그 후 연기학원에 등록했고, 바로 체중도 감량했다. 야구를 할 때의 치열함을 연기에 쏟았다. 곧바로 소속사도 만났고, 2016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2'와 2017년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차근차근 쌓아오고 있다.
"어린 나인엔 '박상남'이란 이름이 촌스럽다고 생각해서 가명을 쓰기도 했어요. 연기를 하며 새롭게 태어나고 싶기도 했고요.(웃음) 생각해보니 연기자가 연기만 잘하면 되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본명을 쓰게됐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친구따라 갔다 발탁된 '트웬티트웬티'
'트웬티트웬티'는 웹 드라마 신드롬을 일으킨 '에이틴' 제작진이 뭉친 작품. '에이틴' 세계관을 이으면서 첫 회엔 '에이틴' 출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친구가 오디션을 본다는데 '에이틴' 한수지 감독님 작품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오디션을 봤죠. 전 처음부터 하준이로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이 제 갈색 눈동자가 좋아보이셨다고 하셨어요.(웃음) 그리고 다들 오디션이면 긴장하는데, 저는 여유있게 들어와서 본인이 온 줄 알았다고요."
그러면서 한수지 감독에 대해 "디테일하고 섬세하시고, 최고의 연출자"라고 치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유있고 능청스러운 매력은 오디션 현장 뿐 아니라 선배 연기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윤현민, 이태성 등 야구선수 출신 배우들 뿐 아니라 작품을 하거나 소속사로 인연을 맺은 선배 배우들도 박상남을 예뻐한다고.
"제가 일이 없어서 힘들어 할 땐 '오디션을 잡아줄까?'라고 물어봐 주시기도 하시고, '회사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는 분도 계셨어요. 밥도 잘 사주시고. 그 분들의 존재 자체가 저에겐 힘과 용기가 되거든요. 특히 윤현민 형은 프로 (야구팀)도 갔다 오시고, 저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는데 지금 위치까지 올라갔잖아요. 조바심이 들 때 '나도 늦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눌러줘요." "행복한 기운 줄 것"
'트웨티트웬티'는 스무살 대학생을 내세운 작품인 만큼 박상남 역시 자신의 스무살을 많이 돌아봤다고. 스무살에 진로를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며 남들과 다른 시간을 보냈지만, 박상남은 "그때의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이 술마시고 놀 때 전 학원에 갔어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게, 그때 놀았다면 지금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
힘들게 시작했고, 데뷔 후 3년 여 동안 쉼없이 달려왔다. 그동안 "유명해지고 스타가 되겠다"는 꿈은 "편안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로 바뀌면서 보다 단단해지고 깊은 내공을 드러냈다.
"연기를 시작한 후 노력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배우가 되기 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죠. 20대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30대땐 또 다른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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