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대신 인형놀이…한물 간 바비, 코로나가 되살렸다

입력 2020-10-25 17:37
수정 2020-10-26 01:07
미국 상장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 기간(어닝 시즌)이 시작되면서 뒤늦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승자 기업’ 대열에 합류한 회사가 나타났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미국 장난감 제조사 마텔(사진)이다.

마텔은 지난 23일 나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9.56% 오른 14.16달러로 장을 마쳤다. 전날 공개한 3분기 성적이 시장의 추정치를 뛰어넘은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었기 때문이다. 마텔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어난 16억3200만달러, 순이익은 348% 급증한 3억160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마텔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세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마텔도 위태로워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부모들은 집안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게 된 자녀를 위해 보드게임이나 퍼즐 등을 주로 샀다. 2분기에 마텔의 매출은 작년 동기에 비해 감소했고 순손실을 냈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부모들은 마텔의 바비 인형이나 장난감 자동차 브랜드인 핫휠 등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수급 문제가 일부 발생했지만 마텔은 곧바로 이를 해결했고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가장 돋보인 실적을 거둔 것은 인형 브랜드 바비다. 바비는 3분기에 5억3220만달러어치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분기 증가율로는 최근 20년간 최고다.

바비는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봤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이나 게임에 과몰입하자 부모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다소 비싼 가격에도 바비 인형 같은 장난감을 사주게 됐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변화도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바비는 마른 백인 여성을 아름다움의 표준으로 정형화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이에 마텔은 다양한 인종에 여러 직업을 가진 바비인형들을 선보였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제품도 적극 출시했다. 마텔은 바비를 비롯한 자사 브랜드 매출이 4분기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