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페들 "커피는 기본, 밥도 팝니다"

입력 2020-10-25 17:08
수정 2020-10-26 00:49
서울 연남동에 있는 카페 펠른은 ‘커피 페어링(함께 짝을 지어 내놓는 것)’을 예약제로 운영하는 카페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예약한 시간에 카페에 도착하면 9명 이 앉을 수 있는 바에서 그날의 음료 3종과 여기에 곁들인 음식 3종을 맛볼 수 있다. 1인당 가격은 3만3000원. 이 카페 예약은 연말까지 대부분 다 차 있다.

펠른처럼 예약제로 운영하며 디저트 또는 음식과 ‘페어링’하는 카페가 늘고 있다.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있고, 배달에 나선 곳도 부쩍 많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변신의 몸부림이다. “커피 한 잔=5000원의 벽을 넘어라”카페는 수익성이 늘 고민인 업종이다. 커피 한 잔은 비싸봐야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손님이 북적여도 커피만 팔아서는 크게 남길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그날 그날 맛있는 커피를 바리스타가 마음대로 골라 내어주는 ‘오마카세’나 ‘커피&디저트 페어링 세트’는 그래서 등장했다.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블루보틀 삼청한옥은 음료 3종, 디저트 3종(또는 초콜릿 4종)을 내놓고 있다. 세트 가격은 1인당 2만2000~2만8000원. 이용 시간은 1시간30분으로 제한된다. 1회 이용 시 2명에서 최대 4명까지만 가능하다. 낮 12시에서 오후 5시30분까지 자사 사이트에서 예약을 받는다.

서울 구로동 이미커피로스터스의 ‘디저트 페어링 세트’는 1만3000원이다. 매주 세트 메뉴를 바꾸는데 단골들이 달라진 세트를 즐기기 위해 매주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 서울 동교동 알디프 티 바&라운지는 하루 5회에 걸쳐 예약을 받는 차 전문점이다. 1만8000원을 내면 2시간 동안 3종의 차를 즐길 수 있다. 3만3000원인 코스는 3개월에 한 번씩 바뀐다. 10월부터 12월까지는 ‘할로윈 동화’를 주제로 5종의 차와 디저트가 순서대로 제공된다. 알디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일반 카페 이용이 제한되면서 특별한 경험을 찾는 사람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디저트가 밥, 빵까지 진화카페의 부가 수익 창출원으로 사이드 메뉴와 각종 굿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화려해지고 있다. 엔제리너스가 올해 출시한 베트남식 ‘반미 샌드위치’는 6개월 만에 100만 개 판매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반미의 인기로 엔제리너스 매장당 사이드 메뉴 매출 비중은 기존 1~5%에서 10%로 올랐다. 전국 가맹점에서 반미 메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엔제리너스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커피와 함께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디야커피의 1인용 ‘떠먹는 디저트’ 3종도 매달 3만 개 이상 팔리고 있다. 리조토, 파스타 등 ‘한 끼 식사’를 사이드 메뉴로 판매해온 할리스커피 역시 올 들어 커피 외 메뉴의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내놓은 ‘에그마요’ 등 간단한 샌드위치류가 잘 팔리고 있다. 사이드 메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커피 등 기본 메뉴에 충실하던 커피빈은 최근 블루투스 스피커와 캠핑용 밀크박스, 장우산 등을 부가 수익원으로 잇따라 출시했다. 커피 배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이디야커피의 배달 매출은 전년 대비 660%, 커피빈은 154% 늘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