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분양전환 갈등' 나인원한남, 임차인 비대위 결성

입력 2020-10-25 16:49
수정 2020-10-26 00:46

서울 최고가 임대아파트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사진)의 ‘조기 분양전환’ 갈등이 결국 법적 다툼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2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나인원한남 임차인들은 조기 분양전환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시행사인 디에스한남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비대위에는 입주민의 절반 가량인 160가구가 참여했으며, 추가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대부분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다. 비대위 관계자는 “높은 임대보증금에도 청약이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4년 임대 후 분양’이라는 권리를 줬기 때문”이라며 “법적 대응은 물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나인원한남(총 341가구)은 2018년 공급 당시 ‘임대 후 분양’ 방식을 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조율에 실패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자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입주자들은 4년간 월세를 내면서 임차로 거주하고, 이후 최초 분양가 그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다.

디에스한남이 지난 8월 단기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고 조기 분양전환을 결정하면서 임차인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정부가 단기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고 법인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강화하자 분양 전환 시기를 내년 3월로 앞당긴 것이다.

임차인들은 “사실상 종부세 폭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4년 임대 후 분양전환이라는 말을 믿고 자금준비 및 기존주택 처분 계획을 세웠는데 입주민과의 사전협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조기 분양 통보를 했다”며 “임대사업자 말소를 위해서는 임차인 동의를 받도록 법이 개정됐는데도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디에스한남은 경제적 사정으로 인한 말소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2년 연속 적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제적 사정으로 인한 임대사업자의 등록말소’는 임차인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디에스한남은 지난해 53억원, 2018년에는 1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가구 수(174가구)가 가장 많은 전용면적 206㎡형의 임대보증금은 33억∼37억원이고 244㎡형 펜트하우스(10가구)는 48억원이다. 분양전환 가격은 전용 206㎡가 42억~45억원, 전용 244㎡는 49억~53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보증금이 분양가의 70~80% 수준이지만 가격 자체가 높아 많게는 1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입주민들은 분양전환을 포기하면 해당 주택은 일반에 판매된다.

디에스한남 관계자는 “입주자들의 원활한 조기 분양 전환을 위해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조기 분양전환에 따라 임차인이 내야 할 3년치 종부세도 회사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분양가에서 최대 1억5000만원을 할인해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디에스한남에서 부담하는 종부세는 1주택자 기준이어서 다주택자에게 가중되는 세금보다 상당히 적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