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만 4개 경합주 돌며 대규모 유세 vs 이동을 최소화하며 차량에 탄 유권자 대상으로 드라이브인 유세.’
미국 대선(11월 3일)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24일(현지시간) 180도 다른 유세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합주를 누비며 대규모 유세를 벌인 반면 바이든 후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조심조심 유세’를 이어갔다.
전날 플로리다주 유세 후 별장인 마러라고에 머물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0분 웨스트팜비치의 한 도서관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이어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노스캐롤라이나주 럼버턴, 오하이오주 서클빌, 위스콘신주 워케샤를 차례로 방문해 세 차례 유세한 뒤 25일 새벽 백악관에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들른 4개 주 중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은 대선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6대 경합주에 속한다. 오하이오주는 바이든 후보가 맹추격하면서 트럼프 캠프의 위기감이 커진 곳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캠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매일 세 차례 유세하고 대선 하루 전에는 다섯 번 유세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난 12일부터 거의 매일 경합주를 누비고 있다. 하루에 두 곳 이상을 찾을 때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에서의 대규모 유세를 대선 승리를 위한 승부수로 보는 것으로 관측된다. 2016년에도 대규모 유세를 통해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고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규모 유세가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지만 외연 확대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회의론이 캠프 내부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군중이 다닥다닥 모이고,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대규모 유세 장면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군중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고 있다. 그는 24일 6대 경합주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의 벅스 카운티와 인근 루제른 카운티 두 곳에 들러 드라이브인 유세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은 지금까지 선거운동 기간 중 상당 부분을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에 머물며 온라인으로 유세했다. 지난 22일 마지막 TV토론을 앞두고는 며칠씩 공개 활동을 안 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감안해도 ‘야당 후보’로선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후보의 드라이브인 유세에 대해 “사람들이 차 안에 있는데 이해가 안 된다”며 “차량이 너무 적었다”고 조롱했다.
바이든 후보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치 전문 매체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에 따르면 핵심 6대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3.8%포인트 앞서고 있다. 4년 전 이맘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와 똑같다. 힐러리는 2016년 대선 때 6대 경합주에서 모두 패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악관을 내줬다.
올해 미국 대선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 사전투표 현황을 분석하는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24일 오후 11시 기준 5740만 명(전체 유권자의 약 23%)이 우편투표와 조기 현장투표를 통해 사전투표를 했다. 2016년 대선 때의 470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분야에서 점수를 챙기고 있다. 백악관은 23일 이슬람 국가인 수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적대관계인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한 이슬람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에 이어 모두 3개국으로 늘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