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850배'…테슬라 주가는 더 오를 것인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10-23 08:05
수정 2020-11-22 02:57


어제, 그저께와 비슷한 장세였습니다.

22일(미 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부양책 협상에서 흘러나오는 멘트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다우는 한 때 170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낸시 펠로시 의장의 "거의 다 왔다"는 말에 152.84포인트 0.54% 상승해 마감됐습니다. S&P 500은 0.52%, 나스닥은 0.19% 올랐습니다.

부양책 협상은 펠로시 의장의 말에도 불구하고 당장 타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펠로시도 실제 법안 작성과 표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화당내 반대도 여전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협상중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민주당에 너무 끌려 다니고, 공화당 의원들을 굉장히 압박한다. 괴롭다"고 말한 것을 전했습니다.

발표된 경제지표는 좋았습니다. 9월 기존주택판매는 전월보다 9.4% 늘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는 2006년 5월 주택버블이 터질 당시 이후 가장 크게 증가한 겁니다.



또 주간 실업수당 청구자수는 전주보다 5만5000명 줄어 78만7000명으로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이후 70만 명대는 처음입니다. 연속으로 실업수당을 청구한 건수도 102만 명 감소해 837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긍정적이지만, 이를 들여다보면 6개월 기한으로 지급하는 주정부 실업급여 혜택이 종료돼 더 이상 신청하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 3차 부양책인 Cares 액트에 따라 만들어진 팬데믹 실업급여 프로그램(PUA)으로 넘어간 사람이 34만5000명에 달합니다. 이것도 플로리다의 신청 수치를 포함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날 시장이 재미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시간 22일 밤 9시에 열리는 마지막 대선토론 탓도 있습니다. 여기서 현재 판세를 흔들 변화가 생길 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열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이고, 바이든 후보가 실수할 수도 있지요.

어제 말씀드렸듯, 시장은 현재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예상합니다. 바이든은 경합주 6곳에서도 평균 4.1%포인트 가량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습니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이날도 채권금리가 또 올랐습니다. 민주당 집권에 따른 대규모 부양책을 기대하는 것이죠. 10년물 금리는 연 0.866%까지 올랐고 장중엔 0.876%까지 상승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이렇게 장기 금리가 오르자 JP모간 등 은행주 주가도 2~4% 올랐습니다. 은행들은 단기로 조달해 장기로 빌려주기 때문에 지금처럼 단기 금리는 묶여있고 장기 금리가 오르면 예대마진이 커집니다.

오늘 특징주의 하나는 테슬라입니다. 21일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했었는데요. 이날 시장에서 장 초반 5% 넘게 오르다가 결국은 0.75% 상승한 채 425.79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여전히 주가의 적정성을 놓고 월가에 논란이 있거든요.



어제 내놓은 3분기 실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자체 신기록인 13만9300대를 인도해 작년 4분기 이후 두 번째로 분기 10만대를 넘었고, 매출은 40% 가까이 늘어 87억 달러에 달했습니다.영업이익도 냈고 순이익은 3억3100만 달러로 5개 분기 연속으로 이익을 냈습니다.



실적이 좋다는 건 대부분 인정합니다. 일부에선 규제 크레딧을 팔아 3억3700만 달러를 확보한 것에 대해 시비를 겁니다. 즉 탄소배출량이 없는 전기차를 판매해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13개 주정부로부터 받은 크레딧을 탄소배출량이 많은 차를 파는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에 판매해 얻은 돈입니다. 이게 순이익보다 많기 때문에 없었다면 적자겠지요.

테슬라는 이처럼 매분기 규제 크레딧을 팔고 있고, 올해 3개 분기 동안에만 11억7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순이익보다 훨씬 많습니다. 순수하게 자동차만 팔아선 아직도 손해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크레딧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전기차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게다가 경쟁사들이 주는 돈을 받아와 자기 공장에 투자하니 일석이조 효과도 있지요.

오늘 JP모간은 테슬라의 투자등급을 시장수익률(Market Perform)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으로 올리면서 목표가 516달러를 제시했습니다. 베어드는 중립(Neutral)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높였습니다. 목표가는 488달러입니다.

판매 댓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수익성도 나아졌다는 이유입니다.



실적은 좋지만 주가가 실적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은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 4개 분기 평균 주당순이익(EPS)은 50센트입니다. 이를 오늘 주가 425달러로 나누면 주가수익비율(PER)은 850배가 됩니다. 일부에선 주당순이익에서 규제 크레딧을 제외하고, 일론 머스크 CEO에게 준 엄청난 인센티브까지 빼면 EPS가 주당 10센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1000배가 넘는 천문학적인 PER가 나오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주가 수준에서 테슬라에 투자하는 이들은 미래의 꿈을 보는 겁니다. 비판하는 이들은 그 꿈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고요.

머스크는 테슬라를 자동차회사로만 보지 않습니다. '에너지플랫폼' 회사로 정의하지요. 즉 애플이 아이폰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듯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테슬라의 강점은 사용자경험(UX)입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내부에서 한꺼번에 만들기 때문에 사용자가 쉽게 차를 다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터리부터 차를 충전할 수 있는 태양광패널, 이 차들을 연결할 수만 개의 스타링크 위성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향후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테슬라 차들이 돌아다니고, 집에 오면 솔라시티의 태양광패널로 충전하고, 스타링크 위성과 5G 수준의 인터넷을 연결해 차 안에서 영화 게임 등 모든 서비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자율주행 모드로 가면서 즐겨야겠지요.

테슬라는 자율주행기능에서도 앞서있습니다. 구글 웨이모, 모빌아이 등 많은 자율주행 기업들은 라이다 센서를 기본으로 씁니다. 레이저(빛)을 쏘아 사물이 어디 있는 지 감지하는 센서죠. 라이다를 쓰면 개발 초기 과정이 쉽습니다. 하지만 개발 속도는 느립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센서가 테슬라가 쓰는 카메라 센서보다 훨씬 비싸다는 겁니다. 통상 수만 달러씩 합니다. 올해 CES에서 벨로다인이 100달러짜리를 내놓았지만 성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카메라 센서로 정보를 수집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데이터가 적어 사고도 많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제 100만대에 달하는 테슬라 차량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기술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제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AD) 베타 서비스를 일부 고객을 상대로 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런 테슬라의 거대한 꿈이 이뤄지려면 또 다른 난관이 남아있습니다.

아이 폰처럼 수천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게 우선적 조건입니다. 머스크도 지난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2만5000달러짜리 차량을 3년 내에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30년엔 3테라와트시 규모의 배터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배터리 용량 확보를 통해 한 해 2000만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차량 판매량 세계1위인 도요타가 한해 1000만대를 조금 넘습니다. 이보다 두 배를 팔겠다는 비전입니다.

월가에선 두 가지 어려움을 지적합니다.

첫 번째는 자동차는 애국적 상품이라는 겁니다. 만약 테슬라가 2000만대를 판매한다면 각국의 자동차 업계는 치명타를 입을 겁니다. 파산과 실업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각국의 정치인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까요? 무역장벽이나 관세, 규제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는 그만큼 핵심적 산업이면서 감성적인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한해 2000만대의 새로운 전기차를 수용할만한 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겁니다. 테슬라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전기차만 팔게 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와 함께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소 등을 폐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원전이 2025년 폐쇄됩니다.



과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 테슬라만 2000만대를 팔겠다는 전기차의 전기 수요를 채울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원전을 짓지않고선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전기가 없다면 테슬라의 계획도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모자란 건 전기만이 아닙니다. 배터리 생산을 위한 리튬도 조달이 쉽지 않습니다. 씨티그룹은 테슬라가 오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 생산을 달성하려면 세계 리튬 산업이 현재보다 8배 더 커져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게다가 테슬라만이 전기차를 만드는 것도 아니지요.

테슬라는 네바다에 4000ha의 땅을 확보해 자체적으로 리튬을 추출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리튬 추출에는 미 서부에서 점점 희소해지고 있는 막대한 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머스크 CEO가 우주 행성에서 리튬을 채굴하기 위해 우주개발회사인 스페이스X를 만들고, 지하터널을 뚫는 보링컴퍼니를 세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