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난타전을 벌였다.
이날 윤 총장은 작심하고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작심하시고 나온 것 같다"면서도 "(정치인이 아닌) 총장 자격으로 여기 나오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받아쳤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사방해·외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윤 총장은 "취임하고 한 6개월은 소신껏 지휘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어떤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저를 '식물 총장'이라고 한다. 인사권이 하나도 없다"고도 했다.
윤석열 라인을 겨냥한 '검언유착' 사건 질문에는 "지금까지 나온 것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을 비호하느냐"고 하자 윤석열 총장은 "의원님은 누구를 비호하시느냐"고 되받았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한 것도 설전에 불을 질렀다. 그러면서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하자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그러면 법무부 장관이 총장 친구냐"고 따져물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오늘 작심하고 나오신 것 같다. 정부조직법상 검찰 사무는 법무부 장관이 관할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장이 장관) 부하가 아니면 친구냐. 다른 검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오늘 싸우러 오신 것 같다"며 "(총장이 장관 부하가 아니라는) 그런 발언을 하려면 옷 벗고 정치권으로 들어오시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표적 수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도 인간이기에 (인연이 있는)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해야 하는지 번민했다"면서도 "그 상황에서는 수사가 부득이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조 전 장관을 낙마시켜야 한다고 했다'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폭로에 대해서는 "박상기 전 장관이 '어떻게 하면 선처가 될 수 있겠느냐'고 묻길래 '야당과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는데 만약 (조 전 장관이) 사퇴한다면 좀 조용해져서 일처리 하는데 재량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드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소임을 다하겠다"며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윤석열 총장은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가 아직 말이 없기 때문에, 임기는 처음 취임한 이후로 국민들과의 약속이므로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 소임은 다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백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작심 발언이었다. 윤석열 총장은 "과거에는 검찰이 법무부와 대립해본 적이 없다"면서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쟁탈전을 벌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추미애 장관이) 검찰에 자기 입장을 내야 하면 총장을 통해 해야지, 총장을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며 "일선 검사들 상당수는 수차에 걸친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중형을 받은 범죄자(김봉현 전 회장) 말을 믿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라임사건을 맡고 있는) 박순철 남부지검장이 방금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이 이프로스(검찰 내부망)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글을 남겼다"면서 우회적으로 심경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현재 라임 수사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고 박순철 검사장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었다. 무슨 근거로 부실수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추미애 장관에 반박하며 쓴)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었다"고 했다.
처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총장의 부인·장모가 보유한 자산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전시회를 열며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은 점 등을 거론하며 "윤석열 총장이 부인 가족을 지켜주시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윤석열 총장은 "제가 서울중앙지검장이어서 지난해 이후에는 안 했고 지난해 마지막으로 한 것도 준비를 그 전부터 해온 것이다. 그것도 규모를 축소했다"며 "저희 집사람은 어디 가서 남편이 검사라고 얘기 안 한다. 누가 알아도, 저쪽에서 먼저 얘기해도 잘 안 한다"고 했다.
이어 "제 처를 옹호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공직이란 게 엄정히 검증받아야 하지만 정당히 일하는데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면 누가 일하겠느냐"면서 "그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근거가 있으면 그것은 얼마든지 엄정하게 하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삼성을 수사하기 전에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느냐'고 거듭해 묻자 윤 총장은 "과거에는 저에게 안 그러셨지 않느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정권에 관한 수사를 시작한 후 달라진 여당의 태도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상대방 입장 때문에 만남 여부를 밝힐 수가 없다"며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선택적 정의 아니냐"는 지적에는 "선택적 의심"이라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총장의 답변 태도를 비판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미애 장관 답변 태도에 비하면 매우 양호하다"며 두둔했다. 장제원 의원은 "추미애 장관은 '소설 쓰시네' 등의 발언을 하거나 야당 의원 질의에 대답도 안했다"며 "증인 답변태도에 대한 지적을 공정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또 윤석열 총장을 향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말을 믿으셨느냐. (대통령의 말은) 반어법이었다"면서 "(여권 관련 수사는) 깔고 앉았다가 흐지부지했어야 한다. 아직까지 권력자 앞에 머리 조아리고 고개 숙이고 해야 목숨 부지할 수 있는 나라"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