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멈춘다…시간의 주인이 되는 시간

입력 2020-10-22 17:29
수정 2020-10-26 01:18

시계는 ‘정교함의 예술품’이다. 적게는 100여 개에서 많게는 800여 개의 부품이 한시도 쉬지 않고 정교하게 맞물려 움직이며 정확한 시간을 그려낸다. 기계식 럭셔리 브랜드 시계는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장인들의 수천 시간의 수작업을 거쳐 탄생한다. 그 자체로 시간이 켜켜이 스며든 하나의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예술품이 뿜어내는 아름다운 아우라에 한번 빠진 사람들은 헤어나올 수 없다고 한다. 시계 마니아들이 명품 시계에 매료되는 이유다.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시계는 크게 두 가지다. 혁신적인 기술을 모아놓은 고성능 시계이거나 예술적으로 빛나는 시계다.

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은 혁신적인 기술을 집약한 대표적인 명품 시계다. 이 제품엔 2005년 이 브랜드가 세계 최초로 선보였던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이 장착돼 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스켈레톤 방식의 무브먼트(동력장치)를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여기에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장치) 두 개가 공중에 뜬 상태로 회전하도록 구현해냈다. 투르비용 두 개가 돌아가 시간 오차를 더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새로 나온 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가격은 3억8700만원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도 마찬가지다. 얇은 무브먼트 안에 만년 달력인 퍼페추얼 캘린더를 담아냈다. 이 시계는 2100년 3월 1일 윤년까지 모두 계산해 정확한 날짜를 보여준다. 사람이 날짜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 얇게 만들기 위해 총 부품 수를 276개로 확 줄였다. 이 시계의 가격은 1억6900만원대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트래디셔널 투르비용 MOP’ 역시 투르비용을 장착한 고성능 여성 시계로 사랑을 받고 있다. 복잡한 시계의 기능을 마더오브펄(진주조개) 다이얼과 핑크골드 베젤,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같은 아름다운 요소로 감쌌다. 가격은 2억원대. 궁극의 화려함을 담았다다이아몬드 등 화려한 보석을 세공한 주얼리 워치도 고가 시계의 한 축을 차지한다. 정교한 세팅, 피부를 감싸는 부드러운 착용감, 옷의 실오라기를 뜯어내지 않는 매끄러운 표면 등 깊이 있는 세공 기술이 적용된다. 주얼리 워치의 강자는 까르띠에다. ‘로통드 드 까르띠에 플라잉 투르비용 리버스트 다이얼 워치’ ‘팬더 드 까르띠에 하이 주얼리 워치’ 등 화려한 다이아몬드를 세밀하게 세팅한 시계들은 가격이 5억~10억원대다.

시계 전체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로통드 드 까르띠에’는 케이스와 다이얼에 17.22캐럿의 바게트컷 다이아몬드가, ‘브레이슬릿’에는 총 37.79캐럿의 바게트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있다. 여기에 투르비용을 장착하고, 52시간 파워리저브 기능을 적용해 주얼리 워치 마니아 사이에서 ‘갖고 싶은 시계’로 꼽힌다. 가격은 10억원대. 단 5점만 예약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워너비 리스트에는 1000만원대 시계를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입문자용(엔트리)으로 1000만원 안팎의 제품도 선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다.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훨씬 많아 구하기 어렵지만 ‘직장인들이 꼭 갖고 싶어 하는 시계’ 목록에 항상 오른다.

최근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1000만원대 안팎의 인기 시계로는 까르띠에의 신제품 ‘파샤 드 까르띠에’를 들 수 있다. 오토매틱 시계로 클래식한 동그란 다이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시곗줄, 40시간 파워리저브 등의 기능이 장점으로 꼽힌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700만~800만원대다.

몽블랑의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1858 지오스피어 블루’도 인기 제품으로 꼽힌다. 1858 지오스피어 블루는 다이얼 위에 지구 남반구와 북반구 모형을 담은 디자인이 독특해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은 700만~800만원대다.

예물시계로 많이 선택하는 오메가에서는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문페이즈’ ‘씨마스터 다이버300M’ ‘컨스텔레이션 어벤츄린’ 등이 잘 팔린다. 오메가 관계자는 “스피드마스터와 씨마스터 같은 스포티한 시계로 오메가에 입문하는 2030 젊은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