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오는 23일 귀국한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반도체 공장 건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9일 출국해 이날까지 총 나흘간 하노이에 건설 중인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삼성전자 및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베트남 현장 경영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은 "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어떤 큰 변화가 닥치더라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자"라고 현지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뒤쳐지는 이웃이 없도록 주위를 살피자"라며 "조금만 힘을 더 내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고 격려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도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동행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일부터 이틀 간 하노이 인근 박닌과 타이응웬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사업 현황을 보고 받았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스마트폰 연간 생산량은 1억5000만대로 삼성 전체 생산량(3억대)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2일에는 호치민에서 삼성전자의 TV 및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살펴보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일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도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재용 부회장과 푹 총리가 면담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푹 총리로부터 또다시 "베트남에 반도체 공장을 세워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푹 총리는 그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날 때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투자를 요청했다.
푹 총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전자가 투자를 이어간다면 적극 돕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반도체 공장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삼성 안팎의 목소리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지난 3월부터 건축에 나선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 신축 공사 현장도 살폈다. 이 센터는 지상 16층, 지하 3층으로 연면적 약 8만㎡ 크기로 동남아 최대 규모다.
베트남 R&D 착공 완료 시점은 오는 2022년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곳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관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R&D 인력 3000여명이 근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베트남 주요 대학과의 산학협력 △기능올림픽 국가대표의 훈련 지원 △베트남 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 실시 △제조전문 컨설턴트 및 금형전문가 양성 △방과후 학교인 삼성희망학교 운영 등 베트남에서 인재 육성과 지역사회 기업사회적책임(CSR)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5월 중국, 10월 유럽에 이어 베트남까지 찾은 이재용 부회장의 다음 출장지로는 일본이 거론된다. 일본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와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기업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