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회계법인 2부리그 불꽃경쟁…“머뭇거리면 뒤처진다”

입력 2020-10-22 15:00
수정 2020-10-22 15:02
≪이 기사는 10월21일(06:4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新)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 후 회계감사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중소 회계법인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빅4 회계법인 등 대형 법인 뿐만 아니라 매출 기준 국내 10~20위권 회계법인들 간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 서현회계법인과 성현회계법인 등은 잇따른 인수·합병으로 매출을 2~3배 이상 성장시켜 순위권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대형 회계법인들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대기업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몸집 불리기 경쟁 본격화

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서현회계법인과 성현회계법인은 올해 각각 30명씩의 신입회계사를 선발했다. 서현회계법인과 성현회계법인은 최근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회계사 인원이 102명과 166명에 불과한 곳이다. 소속 회계사 1177명의 안진회계법인의 올해 신입회계사 채용규모가 8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2017~2019년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올해는 채용인원을 줄였다.

중소회계법인들은 지난해까진 인수·합병을 통해 세를 불렸다. 신외감법 도입으로 감사 보수가 상승하는 등 시장 파이가 커지는 데 대비한 것이다. 정부가 소속 회계사 인원에 따라 '가' '나' '다' '라' 군으로 급을 나눠 지정 감사인 일감을 나눠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현회계법인은 2018년 이현회계법인 세무부문을 인수하고 지난해 호남지역 동명회계법인 일부 부문을 합병했다. 성현회계법인은 2018년 성도회계법인이 이현회계법인이 합쳐져 탄생했다.

외형 확장에 성공한 곳은 매출도 늘어나면서 업계 순위도 급변하고 있다. 우리회계법인은 중앙회계법인 2본부를 합병해 2018년 매출 331억원에서 453억원으로 늘려 지난해 처음 10위권에 진입했다. 반면 이촌회계법인은 매출이 2018년 454억원에서 지난해 396억원으로 역성장하며 11위로 순위가 내려앉았다.

서현회계법인은 매출은 2017년 68억원에서 지난해 244억원으로 급성장해 17위로 2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해초 인덕·진일·정일회계법인의 합병으로 탄생한 인덕 회계법인도 지난해 매출 2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배 가량 성장하면서 18위로 뒤를 이었다. 성현회계법인 역시 매출이 156억원에서 351억원으로 급상승해 20위권 밖에서 12위로 뛰어올랐다.

◆'빅 리그' 틈새시장 노린 경쟁 치열

서현회계법인 등은 중견기업과 지역업체 회계감사 등을 주력으로 하는 다른 중소 회계법인과 달리 대기업들이 발주하는 자산평가, 세무컨설팅 등 틈새 일거리를 노리고 있다. 이해충돌 방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기업들이 대형 회계법인에 프로젝트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장래 빅 5법인을 목표로 4대 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성현회계법인은 지난달 삼정회계법인에서 15년간 일한 전산감사 전문가 송광혁 상무를 영입했다. 서현회계법인은 작년 1월 한영회계법인 출신 김병환 전무를 영입한데 이어 지난 6월엔 삼정KPMG 감사본부장·컨설팅부문장 등을 지낸 배홍기 대표를 컨설팅부문 수장으로 영입했다.

대기업 시장을 노리는 중소법인들은 이른바 '로컬 회계법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채산재를 버리고 이른바 '원 펌' 체제로 개편하는 추세다. 전문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기존 2~4명 단위 팀에서 분야별 전문가를 갖춘 7~10명 규모 팀제로 개편했다. 성현회계법인은 삼일회계법인과 PwC컨설팅 출신 신재준 상무를 영입해 포렌식(디지털 데이터 복구·분석) 팀을 만들기도 했다.

회계 뿐만 아니라 컨설팅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서현회계법인은 지난 6월 영국 회계·컨설팅 기업인 PKF사와 제휴했고, 성현회계법인도 지난 8월 합병 전 이현회계법인이 2016년부터 제휴해온 벨기에 BDO인터내셔널을 전면에 내세워 회사명을 BOD성현회계법인으로 바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