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로봇 ‘스팟’이 한 단계 진화했다. 이제는 팔로 손잡이를 돌릴 수도 있고, 로봇청소기 '룸바'처럼 스스로 알아서 충전도 한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22일 롭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를 인용해 지난달 이래 스팟이 260대가량 판매됐다고 전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앞서 지난 6월 스팟을 7만5000달러(약 8500만원)에 기업 등을 대상으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스팟은 건설 현장부터 원격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스팟에 여러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우선 스팟에 사람의 손처럼 쓸 수 있는 팔을 제공해 문을 열고 물건을 집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에 관련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스팟의 팔은 단순한 하드웨어 이상"이라며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갖추고, 태블릿 등을 통해 동작이 제어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또 스스로 충전할 수 있는 '도크'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로봇청소기 룸바처럼 스팟은 특별한 지시가 없어도 알아서 도크로 돌아와 재충전을 하게 된다. 석유 굴착이나 방사선 위험 구역 등과 같은 환경에서 유용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스팟은 키 84㎝, 무게 25㎏의 네 발 로봇이다. 네 다리로 계단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기도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부터 스팟을 임대 방식으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해 왔다. 한번 충전에 90분간 작동할 수 있고, 화물 탑재 능력은 최대 14kg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위해 스팟을 활용하기도 했다.
4족 로봇 시장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앞서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는 4족 로봇 '에이원(A1)'을 선보였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처음 공개된 이 로봇의 크기는 폭 30㎝, 길이 62㎝ 정도다.
스팟보다 작지만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A1의 최고 속도는 시속 11.88㎞이다. 이는 성인 남성의 조깅 속도 수준이다. 스팟의 최고 속도가 시속 6㎞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가량 빠르다.
A1의 중량은 배터리를 포함해 약 11.7㎏이다. 한번 충전하면 최대 2시간30분가량 작동할 수 있다. 적재 중량은 최대 5㎏까지 가능하다. 앞서 유니트리는 4족 로봇 '라이카고'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니 치타는 무게 9kg, 최대 시속은 8km 수준이다. 네이버는 미니 치타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계단 또는 비포장길에서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보행 로봇을 내놓는 게 목표다.
스위스 애니보틱스는 '애니멀'이란 이름의 4족 로봇을 선보였고, 미국의 로봇개발업체 고스트로보틱스는 지난 2월 3차원(3D) 프린팅 업체 오리진과 협력해 로봇 개 '스피릿'을 공개하기도 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가격을 낮춘 게 특징이다. 오리진은 "3D 프린팅으로 출력한 부품은 공작기계로 제작한 것과 품질은 비슷하면서도 비용은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