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성형수술 받다 숨진 홍콩 재벌3세… 경찰, 의료진 기소의견 송치

입력 2020-10-22 12:00
홍콩의 재벌 3세가 올해 초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의료진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성형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형수술을 하다 홍콩인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정형외과 전문의인 주치의와 병원 상담실장 등 두 명을 기소의견(불구속)으로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피해자는 홍콩인 30대 여성으로 지난 1월 28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 수술을 받다 숨졌다. 유가족이 이튿날인 2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 사건을 광수대 의료수사팀에 넘겨 수사해왔다. 경찰은 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CCTV, 진료기록부, 마약관리대장 등을 확보하고, 이를 전문 감정기관에 감정을 맡기는 등 다각도로 사건을 들여다봤다.

수사 결과 경찰은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또 외국인 환자 유치와 수술 동의 과정, 프로포폴 관리 등에도 위법 사안이 있다고 봤다. 경찰은 주치의를 업무상 과실치사 및 의료해외진출법·의료법·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병원 상담실장은 의료해외진출법위반 및 사서명위조 혐의로 각각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해외환자 유치와 관련해 수사를 지속하고, 프로포폴 오용에 관해서도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유사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당시 홍콩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돼 논란이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피해자는 홍콩 의류 브랜드 '보씨니'의 창업자인 로팅퐁의 손녀로 알려졌다. 유가족이 제기한 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35번째 생일을 맞아 한국인 브로커 소개로 해당 병원에서 지방 흡입과 유방 확대 수술을 받았다. 피해자의 남편인 대니 치는 피해자의 사망으로 상속 받을 유산을 잃게 됐다며 의료진에게 살인죄와 문서위조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