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로 예정된 애플 아이폰12(사진)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통신 3사와 알뜰폰 업계, 삼성전자 등 제조사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통신 3사는 아이폰12 출시를 계기로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를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알뜰폰 업체들은 자급제폰 구매 증가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신제품 출시는 물론 기존 제품 가격 인하를 통해 고객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통신 3사 “아이폰12로 5G 활성화”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와 유통업체들이 23일부터 아이폰12 사전예약에 들어간다. 정식 출시는 30일이다. 업계에선 아이폰12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이동통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아이폰 시리즈 중 가장 많은 4개 모델이 출시되는 데다 2017년 아이폰Ⅹ 이후 디자인이 가장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기도 하다. 해외에선 이미 반응이 뜨겁다.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아이폰12는 미국 등 1차 출시국에서 사전주문 첫날(16일)에만 200만 대가량이 팔렸다. 아이폰11의 첫날 판매량 추정치 50만~80만 대를 크게 웃돈다.
통신 3사는 아이폰12의 인기가 국내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5G 가입자를 늘릴 기회이기 때문이다. 5G 서비스는 작년 4월 상용화됐지만 아직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8월 말 기준 가입자는 865만 명으로 2011년 상용화된 LTE와 비교할 때 가입자 증가 속도가 더디다. 통신 3사는 아이폰12 출시를 5G 가입자 확대의 계기로 삼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G 가입자 비율을 끌어올릴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폰 구매자들이 5G 요금제로 갈아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5G 요금제와 품질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애플스토어나 쿠팡 등에서 자급제폰을 구입해 LTE나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려는 소비자가 상당한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폰 업체들은 아이폰12 구매자가 자사 요금제에 가입하면 경품, 보험·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이 때문에 통신 3사가 평소와 달리 아이폰12에 보조금을 집중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아이폰에는 보조금이 거의 붙지 않는다. 애플이 통신사에 판매 장려금을 지원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통신사로서도 충성 고객층이 탄탄한 아이폰에 보조금을 쏟을 이유가 별로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아이폰12에 우선적으로 투입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갤럭시S21 ‘조기 출시설’까지삼성전자도 ‘안방’을 지키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6일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 LTE 모델의 출고가를 118만8000원으로 낮췄다. 올해 2월 165만원에 출시했는데, 지난달 초 134만2000원으로 내린 데 이어 추가로 15만원 인하했다. 최초 출고가에 비해 46만2000원 낮아졌다. 갤럭시노트20(119만9000원)보다 싼 가격이다.
갤럭시Z플립 구매 후 기존 휴대폰을 반납하면 시세의 최대 두 배까지 보상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갤럭시 스마트폰뿐 아니라 아이폰도 해당된다. 통신사 관계자는 “갤럭시Z플립은 다른 삼성전자 스마트폰보다 아이폰 사용자의 전환율이 높은 편이었다”며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고객과 LTE 요금제를 계속 쓰려는 고객 수요를 붙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갤럭시S20팬에디션(FE)도 내놨다. 갤럭시S20 시리즈의 프로세서와 주사율, 카메라 등 핵심 기능을 유지하고 가격은 89만9800원으로 낮췄다. 95만원부터 시작하는 아이폰12 미니보다 5만원가량 저렴하다. 신제품인 갤럭시S21의 출시 일정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 갤럭시S 시리즈는 2월에 공개하고, 3월에 출시했는데 내년에는 1월로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홍윤정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