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주식 양도차익을 물리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맞불 법안’을 낸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기재부가 엘리트 의식에 갇혀 있다”며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시행령으로 규정돼 있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과정의 소유주식 비율·시가총액 기준 등을 소득세법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과세 기준을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세법 제94조에 단서 조항을 신설하고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현행과 같은 1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 개정안은 야당 의원 16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은 정부가 추진 중인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안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기재부는 내년 4월부터 한 회사 주식을 3억원 이상 갖고 있을 경우 주식을 팔 때 양도세를 물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추 의원은 “과도한 양도세 부담과 함께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3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들이 양도세 부과 기준일인 12월 31일 주식 보유액을 3억원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주주 또는 출자자 1인’의 소유 주식을 토대로 대주주 요건을 판단한다고 규정했다. 가족 합산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개인별로 과세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대주주 요건을 따질 때 조부모, 부모, 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합친 금액을 과세 기준으로 한다. 가족 합산이 일종의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 규정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대주주 기준 요건 강화가 과도하다며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부동산에 쏠린 유동성을 자본시장에 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3억원 기준을 고집하는 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식에 투자 중인 국민의 3분의 1을 투기꾼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투자자로 대우해야 한다”며 “기재부는 엘리트 의식과 무오류성에 갇혀 국민의 절규를 외면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2023년부터 모든 주식 거래에 양도세가 부과되는 것을 고려해 ‘2년 유예’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금융세제와 관련한 정부 계획이 2023년으로 맞춰져 있는 만큼 2년 유예해 과세정책을 합리화시킨 뒤 시행해도 늦지 않다”며 “그래야 조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