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에도 36%가 '좀비기업'

입력 2020-10-21 17:19
수정 2020-10-22 01:25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36.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 같은 ‘좀비기업’이 대폭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9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36.6%로 2018년(35.2%)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기업 비중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후 가장 높았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에 법인세를 신고한 비금융기업 74만1408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17년 32.3%, 2018년 35.2%로 해마다 높아졌다.

이자 비용도 못 갚는 기업이 불어난 것은 경기 침체로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영업손실을 낸 기업 비중은 2017년 27.6%, 2018년 29.5%, 2019년 30.5%로 상승했다. 매출 증가율도 2017년 9.2%, 2018년 4%, 지난해 0.4%로 매년 하락했다. 작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 교역량이 줄어 기업 수출길이 좁아지는 등의 영향이 반영됐다.

업종별로 보면 제품 가격 하락 여파로 화학제품 업체 매출이 지난해 5.2%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해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체 매출도 8.1% 줄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매출이 2.3%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 매출은 4.2% 늘었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7년 6.1%, 2018년 5.6%, 2019년 4.2%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은은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도는 기업 비중이 47.7~50.5%로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