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제작한 뮤지컬 ‘킹키부츠’가 2014년 12월 국내 초연 이후 지난달 누적 공연 횟수 300회를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지난 8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한 국내 네 번째 시즌 무대도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그 배경엔 ‘롤라’라는 캐릭터의 힘이 크다. 드래그퀸(여장 남자) 롤라는 15㎝에 달하는 높은 굽의 부츠, 화려한 분장, 섹시한 춤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2018년 공연에 이어 올 시즌에도 롤라 역을 맡은 배우 최재림은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있다. ‘렌트’ ‘아이다’ ‘마틸다’ 등에서 주로 거친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가 롤라 역에 캐스팅됐을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처음엔 말 그대로 ‘도전’이었죠. 다들 반신반의했지만 연기 변신을 하고 싶었습니다. 2018년보다 올해엔 더 자유롭게 롤라를 표현하게 됐습니다. ‘가사와 춤을 틀리면 어떡하지’란 고민을 하지 않고 극 자체를 즐기게 됐죠.”
그에게 가장 부담이 된 건 높은 힐의 부츠였다. “처음엔 빨리 힐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만 앞섰어요. 하루빨리 연습하고 싶었는데, 제 발에 맞는 구두가 없었어요. 5㎝ 힐을 겨우 구했는데 그런 높이의 힐을 신고 연습해도 소용없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겨우 발에 맞는 15㎝ 힐을 구해서 연습을 시작했다. “2018년 공연에선 발뒤꿈치가 다 까져서 힘들었어요. 그런데 1년 반이 지나 다시 신어봤더니 너무 편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킹키부츠’는 롤라를 비롯한 드래그퀸의 화려한 춤과 신디 로퍼가 작곡한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시너지를 내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 명료하지만 큰 깨달음을 가지고 있는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와 신나는 넘버가 조합돼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며, 서로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 메시지에서 관객들이 새로운 힘을 받아가는 것 같아요.”
최재림은 11년 전 ‘렌트’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그가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다. “일단 재밌어야죠.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도 중요해요. 다양한 모습의 인물을 찾죠.”
그는 다음달 1일 ‘킹키부츠’가 막을 내리면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11월 20일~내년 3월 1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와 창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11월 11일~내년 1월 31일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 무대에 오른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작품에 도전할 생각이다. “내년에 좀 특이한 신작들이 찾아오는데 오디션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준비를 잘해서 제가 도전할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역할을 얻어내야죠.”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