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한 뒤 숨진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동구에 거주하는 남성 A씨(78)가 독감 예방 접종을 한 뒤 숨졌다. 인천, 전북 고창, 대전, 제주에 이어 전국 다섯번째 사망 사례다.
A씨는 지난 20일 정오경 동네 의원에서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고, 오후 1시 30분경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가 21일 0시 5분경 숨졌다.
지인들과 점심 식사를 하던 중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저질환으로 파킨슨병과 만성폐쇄성폐질환, 부정맥 심방세동 등이 있었다.
A씨가 접종한 백신은 질병관리청이 어르신 무료 접종을 위해 공급한 (주)엘지화학 '플루플러스테트라프리필드시린지주'다. 유통경로에서 상온 노출이 의심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니다.
대구시는 해당 의원에서 동일한 백신을 접종한 대상자 97명 명단을 확보해 전수 모니터링 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58명 중에는 국소 통증 등 경미한 증상 외에 특이한 이상 반응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제주에서는 지난 19일 오전 9시경 민간 의료기관을 찾아 독감 백신을 무료 접종한 68세 남성이 20일 오후 11시 57분 건강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대전에서는 지난 20일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주를 맞은 82세 남성이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문진표에 병원 방문 날짜를 20일로 잘못 기재했으나, 실제로는 19일에 예방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고창에서도 지난 19일 동네 한 의원에서 보령플루Ⅷ테트라백신주(제조번호 A14720016)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가 숨졌고, 인천에서는 지난 14일 신성약품이 조달한 독감 백신을 맞은 10대가 이틀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무료접종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 우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최근 나타나는 사망 사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그 사망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질병청을 중심으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