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이 숨지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인천에서 고교생(17)이 사망한 데 이어 20일 전북 고창에서 70대 노인이, 대전에서는 80대 노인이 숨졌다. 정부가 올해 3000만 명분의 독감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백신 맞고 하루 만에 숨져질병관리청은 고창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질병관리통합보건시스템으로 신고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라북도 등에 따르면 고창군 상하면에 사는 A씨(78)는 전날 오전 9시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다. 이날 오전 7시께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보령바이오파마의 보령플루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신은 유통 온도(2~8도)에서 벗어나거나 흰 이물질이 나온 제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고혈압과 당뇨 등을 앓아 혈압약을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고창군에서 A씨와 같은 백신을 맞은 주민 100명을 조사해 96명으로부터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머지 사람들은 연락이 안 돼 추가로 이상 유무를 확인할 방침이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사는 B씨(82)는 이날 오전 10시 독감 백신 주사를 맞고 오후 2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여 만에 숨졌다. 해당 백신은 한국백신코박스인플루4가PF주로 확인됐다.
16일에는 인천에 사는 고교생 C군이 독감 백신을 맞고 이틀 만에 숨졌다. 14일 낮 12시께 미추홀구 동네의원에서 주사를 맞은 C군은 알레르기비염 외에 특별한 질환을 앓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C군이 맞은 독감 백신 제품은 A씨가 맞은 것과는 다른 제품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은 C군과 함께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 수도 공개했다. 14일 C군과 같은 병원에서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은 32명이다. 이상반응을 호소한 사람은 없다. 올해 전체 독감 백신 접종자 중 C군과 같은 회사의 같은 제조번호 제품을 접종한 사람은 8만2668명이다. 이들 중 3명이 이상반응을 호소했는데 비교적 경미한 증상이다.
질병청은 C군이 백신 접종 후 바로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는 점, 같은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사람 중 중증 이상반응자가 없는 점 등을 토대로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연관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부검을 통해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부검 결과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인과성이 확인되면 최악의 경우 독감 국가예방접종이 또다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백신 안 맞을 것”백신 접종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심모씨(36)는 “지난주 둘째 아이에게 독감 백신을 맞혔는데 불안감이 크다”며 “첫째 아이와 우리 부부는 올해 독감 백신을 안 맞을 계획”이라고 했다. 한 네티즌은 회원 33만 명인 맘카페 맘이베베에 “아이가 보령(보령플루) 거 맞았는데, 백신 맞은 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입원까지 했다”고 적었다. 회원 290만 명인 맘카페 맘스홀릭베이비에는 “임신부여서 산부인과에서 이번주 무료 독감 백신을 맞기로 예약해놨는데 사망 기사를 보고 너무 불안하다”는 글이 게시됐다.
정부를 향한 비판도 들끓었다. 회원 29만 명인 인천의 한 맘카페에는 “차라리 독감 걸리는 게 낫다. 백신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나” “애들에게 의무로 (독감 백신을) 맞히라고 하니 불안감만 조성된다. 그냥 안 맞고 버틸 거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양길성/이지현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