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다시 한 번 통 큰 결단을 내렸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접한 경제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10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결정은 총수의 용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 회장의 반도체 사랑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2012년 2월 만년 적자 기업인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나를 한번 믿어달라”며 그룹 내 우려를 잠재웠다. 인수 후에도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 등에 M14, M15, M16 등의 공장을 추가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아픈 손가락’인 낸드엔 더 신경썼다. 인수합병(M&A),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글로벌 2위를 굳힌 D램만으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시작은 2012년 6월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 인수였다. 차세대 낸드 제품 개발자들을 주축으로 한 기관으로, 지금은 ‘SK하이닉스 유럽 기술센터’로 간판을 바꿨다. 미국 컨트롤러 업체 LAMD(2012년 6월), 대만 이노스터 컨트롤러 사업부(2013년 8월), 미국 바이올린메모리 PCIe 카드 사업부(2014년 5월) 등을 사들인 것도 낸드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본격적으로 ‘지갑’을 연 것은 2018년부터다. 세계 2위 낸드 업체인 키옥시아 지분 매입에 4조원을 투입하며 반도체업계의 ‘큰손’으로 발돋움했다.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메모리는 낸드플래시를 처음으로 생산한 회사로 낸드 제조와 관련한 노하우가 상당하다. 키옥시아는 일본 도쿄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프로젝트도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 SK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반도체 생산기지인 이곳엔 50여 개 장비·소재·부품 협력회사가 함께 입주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진입 장벽이 높고 막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산업”이라며 “총수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으면 비즈니스를 키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