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보로노이가 임상 1상에도 진입하지 않은 신약 후보물질로 7000억원대의 대형 기술수출을 했다. 보로노이는 올해 기술수출 한 건을 더 성사시킨 뒤 내년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보로노이는 비소세포폐암 치료 후보물질을 미국 바이오기업 오릭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0일 밝혔다. 선계약금은 1300만달러(약 148억원)다. 단계별 성과급 등을 포함한 총 계약금은 6억2100만달러(약 7087억원)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판매액의 10%가량을 로열티로 받는 조건도 포함됐다.
나스닥 상장사인 오릭파마슈티컬스는 중국 대만 등 중화권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이번 기술수출은 국내 비상장 바이오기업 중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11월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중국 심시어에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7억9600만달러에 기술이전했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세포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주된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여러 유전자 가운데 ‘엑손20 삽입’이라는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폐세포에 있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와 인간상피세포증식인자2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암이 생길 수 있다. 엑손20 삽입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비소세포폐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회사 관계자는 “엑손20 삽입 돌연변이로 인한 폐암 환자 가운데 30~40%는 암이 뇌로 전이된다”며 “기술이전한 후보물질은 뇌혈관에서 외부물질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 혈뇌장벽을 투과해 뇌에 전이된 암세포에도 도달할 수 있어 다른 경쟁 약물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추가 기술수출도 추진 중이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기술성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해 보류했던 코스닥시장 상장도 재추진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