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CEO]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이중항체 치료제는 지금부터가 르네상스"

입력 2020-10-21 09:01
수정 2021-07-11 13:38
<p> ≪이 기사는 10월 21일(09:01)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6월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분자진단기업 젠큐릭스의 조상래 대표가 에이비엘바이오를 찾았다. 두 바이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조 대표와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CEO 대 CEO’로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이중항체 플랫폼 기업 에이비엘바이오의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연초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 소식으로 주가가 뛰어 9월 말 현재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7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에서 가장 빨리 이중항체 항암치료제 ‘ABL001’의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등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상래 대표(이하 조) 저희 이번 만남이 거의 3년 만이죠? 2017년 5월이었을 겁니다. 중국 상하이의 한·중 바이오투자포럼에서 처음 인사를 드렸었는데 정말 반갑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상장 전이던 당시 이 대표님의 회사 소개 발표를 듣고 뭔가 ‘대박인데?’ 같은 느낌이 왔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의 감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상훈 대표(이하 이) 저도 오랜만에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젠큐릭스의 이전 상장도 축하드립니다.(웃음)

조 이번에 상장을 경험하면서 알게 됐지만, 에이비엘바이오의 성장속도는 정말 대단한 기록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창업하고 불과 2년 10개월 만에 기업공개(IPO)를 하셨지요. 바이오 스타트업 대부분이 IPO를 꿈꾸며 사업을 시작하는데, 이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해본 사람만 알 것 같습니다.(웃음)
이 미국 트리거테라퓨틱스에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5억5000만 달러(약 6166억원) 규모로 라이선스 아웃을 한 사례 등이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은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다양한 경험이 기업 성장의 원동력

조 에이비엘바이오의 가파른 성장의 원동력 중엔 대표님의 이색적인 이력도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 여러 곳에서 일했고 에이비엘바이오가 사실 첫 창업도 아니잖아요. 그간의 경험이 회사를 키우는 데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다국적 제약사에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선택과 집중’입니다. 특히 엑셀릭시스에 있었을 때였어요. 임직원 수가 800명 정도였는데 수년에 걸친 임상 때문에 회사 자금이 바닥나자 임상에 필요한 인원 100명만 남기고 다 내보내더군요. 그렇게 ‘자린고비 임상’을 진행해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어요. 그런 뒤 다시 직원수를 800명으로 늘리더군요. 단순히 인원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것 보고 놀란게 아니라 임상 성공을 위해 지독할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죠. 물론 우리는 임상을 한다고 직원 수를 그렇게 줄일 생각은 없어요.(웃음) 저희 직원 수는 이제 87명 정도라 잘나가던 시절의 엑셀릭시스처럼 인원수가 많지도 않죠. 다만 부서의 임직원 수는 신약개발 단계라든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가져가려고 해요. 업무가 몰리는 부서에 지원도 더 하고요.

조 인적자원(HR) 쪽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휴렛팩커드(HP)에서 인사 담당하던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소식이 업계에 쫙 퍼졌던데요. HR 쪽은 특히 저도 관심이 많아서 그런데, 혹시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 HP뿐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도 주요 인력을 영입했습니다.(웃음) 그런데 많은 분이 오해하더군요. HP나 삼성바이오에피스 같은 글로벌 기업 또는 대기업의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게 아니냐고. 그게 아닙니다. 대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아직 말랑말랑한 벤처기업인 저희 회사에서 시도해보고 싶어 오신 분들이에요. 특히 인원이 늘어나면서 팀원 간 또는 팀 간 소통이 줄어들고 있어 이 점을 해결해달라는 미션을 줬습니다. 더 큰 회사가 되는 데 필요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러고 보니 설립 4년 만에 조직개편을 벌써 세 차례 했습니다. 무엇보다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게끔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조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데 어떤 방식을 쓰는지 궁금합니다. 스톡옵션인가요?

이 맞습니다. 대표로서 직원들한테 바라는 건 점점 많아지는데, 반대로 ‘직원들이 제게 원하는 건 뭘까’라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현실적으로 월급을 두 배로 막 펑펑 올려줄 수는 없고…. 그렇다 보니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나눠줬습니다.

조 그 소식도 들었습니다. 아마 작년이었죠? 임직원 서른여 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해서 130억 원대 주식 평가차익을 거두었다면서요. 수익률이 2100% 정도였다고 하던데요.

이 저보다 더 잘 아시네요. 스톡옵션이 그게 끝이 아니에요. 내년, 내후년에도 보호예수가 풀리니까 ‘스톡옵션 대박’이 꾸준히 나려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겠죠?(웃음)

이중항체 치료제 플랫폼 선두기업

조 이제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기술인 이중항체 얘기를 들려주시죠.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아이맵 바이오파마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항암 신약의 최신 트렌드로 이중항체가 각광받고 있는 까닭은 뭔가요?

이 먼저 항암제의 ‘세대’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1세대가 화학치료제, 2세대가 표적항암치료제, 그리고 3세대가 바로 면역항암치료제입니다. 암환자가 아닌 일반인의 몸에서도 언제든 암세포가 생겼다 곧 사멸한다는 건 잘 알려져있죠. 여기에 면역세포가 관여합니다. 면역항암치료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파괴하게끔 유도하는 치료제로서 반복 사용해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 내성에 대한 우려가 적은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서로 다른 항체를 이용할 수 있어 면역항암치료제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어요. 가령 면역치료제 역할을 하는 항체와 표적항암제를 동시에 쓸 수도 있죠. 또 단독항체를 넣은 치료제의 경우 투여량을 늘려도 효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이중항체 치료제는 효능이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개발 중인 뇌질환 치료제에서 효과가 눈에 띄게 나와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 파킨슨병 후보물질 ‘ABL301’에 뇌질환 전문 이중항체 플랫폼인 ‘그랩바디B’를 적용한 것 으로 아는데요. 그랩바디B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어떤 걸 꼽을 수 있나요?

이 그랩바디B는 혈뇌장벽(BBB)을 통과하도록 설계한 이중항체 플랫폼입니다. 실험 결과,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투여한 양 대비 뇌로 치료제가 들어가는 양이 월등하게 많았습니다. 그 까닭은 BBB를 통과하기 위해 사용한 물질의 차이인데요, 경쟁사는 트랜스페린이란 물질을 썼습니다. 체내의 수용체 발현 정도는 트랜스페린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만 저희가 사용한 ifg1R은 뇌에 그 수용체가 집중돼 있습니다. 다른 장기로 가지 않고 뇌로 집중적으로 전달한다는 얘기입니다.

조 그래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그랩바디B에 관심이 많은 거군요.(웃음)

이 ‘BBB 서밋 2020’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죠. 저희가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초대를 받아 다녀왔는데, ABL301과 그랩바디B에 대한 문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닙니다. 대신 그랩바디B는 다양한 이중항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인 만큼 특정 빅파마에게 물질 자체를 기술이전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을 비독점적으로 기술 수출한 알테오젠처럼 여러 곳과 계약을 맺으려고 합니다.

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치료제도 개발 중인 걸로 아는데요.

이 네, 다국적 바이오기업 하이파이바이오 테라퓨틱스와 공동개발을 시작했고 내년 여름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미국 FDA에 임상시험승인계획(IND) 신청을 마쳤습니다. 코로나19치료제 ‘ABL901’은 완치자 혈액에서 추출한 항체로 개발했는데요. 원숭이 실험에서 낮은 투여량으로도 살아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모두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 모처럼 반가운 소식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항암제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앞으로 항암제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이 CAR-T세포 치료제와 이중항체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고 봅니다. 헤게모니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지금은 서로가 더 좋다고 하는데,(웃음) 결국 임상에서 효능이 더 좋은 쪽이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CAR-T도 그렇지만 이중항체치료제도, 에이비엘바이오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죠.



글 이우상·사진 강은구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0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