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불합리하게 저평가"

입력 2020-10-20 14:25
수정 2020-10-20 18:13

감사원은 20일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결정적인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부당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축소해 부당한 조기 폐쇄 결정을 했다는 취지다.

이날 감사원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부당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2018년 4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즉시 가동중단'시키는 방향으로 산업부의 방침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수원은 당초 월성1호기를 연장된 당분간 계속 운영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갖고 있었지만, 백 전 장관의 지시 이후 가동중단의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한 업무에 착수했다.

백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당시 원전정책과장이던 A국장은 백 장관 지시로 회계법인과의 협의를 통해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성 평가를 담당한 삼덕회계법인은 "회계법인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민감한 시기인데 기존 적용했던 변수들을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만류했지만, 산업부는 회계법인을 압박해 경제성 저평가를 밀어붙였다.

회계법인 담당자는 이 과정에서 한수원 직원에게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씁쓸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쓰기도 했다.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30년)이 끝난 2012년 가동이 중단됐지만, 개보수에 7000억원을 투입해 설계수명을 10년 연장했다. 한수원이 당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4조원으로 분석한 게 근거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이 같은 분석은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로 바뀌었다.

다만 감사원은 이번 결과가 조기폐쇄 결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감사의 범위가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고려사항 중 경제성 분야 위주로 이루어졌고, 이사회의 의결 내용에 따르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는 것"이라며 "이번 감사결과를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백 전 장관 등 당시 책임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문책도 없었다. 백 전 장관은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재취업과 포상 등을 제한하고,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서는 주의요구를 했다. 다만 감사 과정에서 자료를 삭제하고 거짓 진술을 한 문신학 당시 원전정책국장과 부하 서기관에 대해서만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보고서와 관계없이 현 탈원전 기조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절차적인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감사 결과와 관계 없이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