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방사청 '신속시범 획득 사업', 中企 기술탈취 우려"

입력 2020-10-20 11:19
수정 2020-10-20 13:54

방위사업청이 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처음 도입한 '신속시범 획득 사업'이 중소기업의 경우 아이디어만 빼는 '기술탈취'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20일 나왔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신속시범획득은 크게 보면 공모를 통한 '사업선정(군에서 시범운용)'과 '후속사업(소요결정 및 양산)'으로 나뉠 수 있는데, 아이디어가 뛰어나 공모에서 사업선정이 된 제품들이 후속사업까지 이어질 수 없는 모순점을 지니고 있다"며 "이는 방위사업청이 후속사업에서 새롭게 입찰을 실시 하게 되는데 이미 군에서 시범운용했던 중소기업의 제품을 외관이나 성능을 베껴 대기업들이 후속사업에서 최저가 입찰에 응하면 선정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속시범 획득 사업은 그동안 우리군의 무기체계가 소요제기-연구개발-양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어간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도입한 제도다. 공모를 통해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첨단제품을 선정한 뒤 이를 군에서 먼저 사용해보고 작전요구성능(ROC)이 적합다고 판단되면 군의 소요제기 후 해당 제품을 곧바로 양산할 수 있다. 올해 1~2월과 6~8월에 각각 1·2차 사업 공모를 진행해 총 16건(1차 4건, 2차 12건)의 사업을 선정했다.

문제는 이렇게 사업이 선정된 뒤 방사청에서 양산공고(후속사업공고)를 낼 때 모든 기준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예컨대 A업체가 1차 공고에 선정, 시제품까지 납품했다해도 양산공고때 인센티브는 전혀 없다. 양산공고에 새롭게 응한 B업체가 A업체와 비슷한 기술력에 최저가로 입찰한다면 B업체가 낙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현제도에서는 첫 공모에 선정된 업체가 시제품만 만들고 정작 양산단계에 가서는 대기업의 자본력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낸 시제업체가 양산도 할 수 있도록 양산공모시 가점 등이 부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방산업계가 우려하는 부분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다만 모든 계약은 국가계약법을 적용받다보니 최저가입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개선할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신속시범획득사업이 처음 도입되다보니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며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니만큼 시범사업에 선정된 중소업체들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보호될 수 있도록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