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part.3] 바이오니아 "독성 없는 SAMiRNA 기술 확보…폐섬유화증,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도전"

입력 2020-10-26 10:54
수정 2021-07-11 13:45
<p> ≪이 기사는 10월 26일(10:54)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바이오니아가 siRNA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19년 전이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2001년 <네이처>에 실린 siRNA 관련 논문을 읽은 뒤 곧바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연구를 시작한 시기만 보면 RNA 치료제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미국 앨나일람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1992년 설립한 바이오니아는 오늘날 분자진단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기술(PCR)에 필요한 효소를 국산화한 기업이다. 분자진단기기부터 유전자 합성원료, 단백합성장비, 핵산추출장비들을 제품화해 판매하고 있으며 RNA, siRNA를 활용한 차세대 신약도 개발 중에 있어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RNA 치료제는 제약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
대한민국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 바이오니아의 박한오 대표는 “제약의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며 RNA 치료제의 등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체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반응을 기반으로 한 화합물을 제조하는 대신 디지털의 0과 1처럼 아데노신(A), 시토신(C), 구아닌(G), 우라실(U)과 같은 염기 배열만으로 신약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유전자재조합 기술이발전하면서 RNA의 대량생산 또한 이젠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않은 숙제가 있다. 체내의 면역체계가 치료목적으로 몸에 들어온 RNA를 외부물질로 인식해 분해하기 때문이다. 애써 주입한 RNA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장기 대신 간으로 대부분 쏠려버리는 현상 또한 해결해야할 과제다.

siRNA는 세포 내에서 특정 염기서열을 가진 mRNA를 무효화하는 RNA다. 체내에 악영향을 주는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색출해 작동하지 못하게 ‘저격’하는 용도로 쓰인다. 이 원리를 이용해 다양한 신약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이지만 상용화에 이른 건 아직 극소수다. 인체에 적용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박 대표는 “siRNA를 제대로 된 치료제로 쓰기 위해선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아야 하며, 원하는 장기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독성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siRNA가 체내에서 분해되는 걸 막을 목적으로 리포솜에 넣어 세포로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한 제약사들은 독성 문제 때문에 개발을 포기한 곳이 많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SAMiRNA는 siRNA를 세포까지 전달할 물질로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했다”며 “임상을 통해 인체에도 안전하다는 것만 확인되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독성 없는 단일물질 SAMiRNA
바이오니아는 SAMiRNA 개발을 2009년에 마쳤다. 바이오니아는 작은 동물부터 시작해 영장류까지 전임상을 거치며 SAMiRNA가 체내 면역체계를 자극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올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1상을 서울대 의대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SAMiRNA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 계통의 폴리머를 사용해 만들었다.

박 대표는 “PEG는 체내에서 항원으로 작용하지 않아 기존 단백질 의약품에서 오랜 기간 사용해온 검증된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PEG 계통 폴리머에 하이드로카본을 붙이고 그 사이에 siRNA를 넣은 구조가 SAMiRNA다. 소수성 물질인 하이드로카본이 구형 구조물을 유지해 그 안에 든 siRNA를 안정적으로 보호해준다.

바이오니아는 SAMiRNA를 활용한 특발성폐섬유화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엠피레귤린(amphiregulin)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siRNA를 담았다. 바이오니아와 미국 예일대와의 공동연구 결과, 우선 찾아낸 폐섬유화증의 범인은 TGFβ 유전자였다. 이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폐섬유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TGF-β 유전자의 역할이 워낙 다양해 이 유전자의 발현을 통째로 차단하기엔 부작용이 너무 컸다. 바이오니아는 약 10년간 TGF-β 유전자발현과 그에 얽힌 유전자들의 발현을 분석한 끝에 그중 엠피레귤린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면 폐섬유화증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엠피레귤린 유전자가 작동하면 폐의 섬유화를 일으키는 섬유아세포 분화가 촉진되고, 나아가 TGF-β 유전자 발현을 자극해 자가증폭되는 사이클을 찾아냈다”라고 밝혔다. 그는 “본래 임상 1상을 좀 더 빨리 진행해야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임상용 의약품 생산 일정이 연기됐다”며 아쉬워했다.

박 대표는 이어 “코로나19의 후유증 중 하나로 폐섬유화가 보고되고 있는데 우리가 개발
하는 치료제가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Beyond liver, 간을 넘어서!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들 사이에선 간과 신장 외에 다른 곳으로 siRNA를 보내는 것이 지상 과제로 꼽힌다. 정맥주사로 몸속에 주입된 치료제는 치료해야 하는 장기에 가기 전에 간의 RNA 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이다. 바이오니아의 자회사 써나젠테라퓨틱스의 소문호 부사장은 “SAMiRNA는 간에서 거의 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후 혈류를 따라 원하는 목표 장기에 도달할 수 있다”며 “SAMiRNA가 염증반응이 있거나 종양 치료가 필요한 장기를 선택적으로 찾아가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염증이나 종양이 있는 곳은 혈관벽이 느슨해지는데 10~100나노미터(㎚) 크기의 SAMiRNA가 이 틈을 빠져나가 목표 장기로 전달되는 원리다. 소 부사장은 “백혈구가 바로 이런 식으로 염증이 있는 부위를 찾아간다”며 “백혈구의 행동을 모사해 SAMiRNA를 설계했다”고 했다.

전임상에서 정맥을 통해 주사했을 때 원하는 장기로 SAMiRNA가 도달한 비율은 전체의 10% 내외였다. 소 부사장은 “경쟁사 기술이 간을 무사통과해 온몸으로 확산되더라도 목표 장기에 전달되는 비율이 대개 5%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투여량 대비 치료효과가 우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AMiRNA는 뇌질환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다.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인 혈뇌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니아는 이 방법에 대한 특허를 현재 출원 중이다.

박 대표는 “siRNA로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만든 미국 더메디슨스컴퍼니라는 제약업체를 노바티스가 지난해 97억 달러(11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며 “본격적인 RNA 치료제 시장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0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