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방해도 적극행정?'…산업부 "감사원 결정 유감"

입력 2020-10-20 18:55
수정 2020-10-20 19:00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부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우며 앞으로도 에너지전환 정책(탈원전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담당 실무진들이 감사를 앞두고 새벽에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했다가 징계를 받게 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행정 면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20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 결과에 대한 산업부 입장' 자료를 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산업부는 먼저 "이번 감사 결과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한 것일 뿐 탈원전 정책이나 조기폐쇄 결정에 대해서는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월성 1호기는 경제성 뿐 아니라 안전성 등도 고려했으니 조기폐쇄 결정에는 문제가 없고, 따라서 탈원전 정책을 수정할 이유도 없다는 논리다.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를 부당하게 조작했다는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산업부는 "의견 교환을 두고 부적정하게 관여했다는 감사원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해당 과정에서 원전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였을 뿐 구체적으로 특정 변수를 바꾸라 부적정하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당시 산업부 판단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타당하다"고 했다. 사실상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모두 엉터리라는 뜻이다.

산업부는 또 "이번 감사에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정을 한 직원들에 대한 적극행정 면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로 징계 요구를 받은 인물 중 장관이나 공공기관장이 아닌 '직원'은 담당 국장과 서기관 두 명에 불과하고, 이들이 징계 요구를 받은 이유도 경제성 조작이 아닌 '감사 방해' 때문이었다. 산업부 논리대로라면 감사를 앞두고 새벽에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해 감사를 방해한 것도 '적극 행정'이라는 얘기가 된다.

산업부는 감사원 감사에 불복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산업부는 "세부 쟁점 사항에 대한 추가 검토를 거쳐 감사 재심청구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산업부 입장이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백운규 전 장관과 산업부 직원 등은 감사 과정에서 경제성 조작 사실을 실토했다가, 감사 막바지에 이르러 기존 진술을 모두 뒤집는 등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업부 출신 인사는 "정부 차원에서 감사 결과 전체를 부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