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19일(17:5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기·전력 기자재업체 우진기전의 경영권 매각작업이 우여곡절 끝에 재개됐지만 핵심 임직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진기전 담보처분권자인 하나금융투자는 동아엘텍-선익시스템 컨소시엄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종료 후 주식매매계약(SPA) 주요 조건에 대한 협의를 일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엘텍은 지난 8월 배타적 협상권한을 확보한 뒤 우선협상대상자 기간을 세 차례 연장하며 거래를 이어왔다. 입찰금액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원매자들의 가처분 소송이 이어지면서 거래 종결이 미뤄졌다.
문제는 기존 회사를 이끌어온 핵심 임직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광재 회장과 장창익 대표, 20명 안팎의 핵심 임직원들은 본입찰에서 가장 낮은 금액을 적어낸 동아엘텍을 예비 인수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동아엘텍의 베팅금액(1800억원)이 김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시한 우진기전 기업가치(3000억원)를 한참 밑돌면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 측은 큐리어스파트너스와 LK투자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로 초청해 하나금융투자가 회수해야하는 원리금 1800억원을 갚겠다고 제안했다.
투자자인 동아엘텍 입장에서도 영업망과 기술력을 구축해 온 핵심 직원들의 이탈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인수 후 기업가치(EV) 제고를 위해서라도 기존 임직원들이 쌓아온 고객망 등은 필수적이다.
또 우진기전이 제조업이 아닌 전기·전력 기자재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핵심 인력이 이탈해 경쟁사를 세울 경우 동아엘텍에게 인수 후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인수 측 입장에선 임직원들의 경업금지를 계약조건으로 받아내 이들이 이탈하더라도 회사 영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현재 매각금지 항고가 접수된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우진기전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현실화되면 거래를 주도하는 입장에서 큰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동아엘텍 또한 이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진기전 M&A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984년 설립된 우진기전은 전력기기 제품을 독점 형태로 국내 기업들에게 납품하고, 설치·운영·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회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50억원, 346억원 수준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