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주가는 최근 순항했다. 미국 시장 판매 호조에 내수도 나쁘지 않았다. 최근엔 수소차 경쟁력까지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악재를 만났다. 올 3분기 실적에 세타2 엔진 결함과 관련해 추가 충당금 3조4000억원을 쌓는다는 발표는 그동안 좋은 분위기를 한 번에 가라앉힐 정도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증권사들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했지만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9일 충당금 발표가 있기 전까지 증권사들은 현대차가 3분기 26조7000억원의 매출과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0% 급증한 수준이었다. 이익 전망치도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현대차가 대표적인 ‘3분기 실적 기대주’로 꼽힌 이유다. 여기에 수소차, 전기차 등으로 ‘그린 에너지 수혜주’로도 꼽히면서 주가는 최근 몇 달간 급상승했다. 이날 종가는 16만8000원. 약 3개월 만에 43% 올랐다. 올 6월 3만원대에 거래되던 기아차도 최근 5만원을 넘볼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조(兆) 단위 충당금은 이 같은 흐름을 멈출 악재라고 증권가는 평가하고 있다. 3분기 현대차가 2조1352억원, 기아차가 1조2592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3분기에 그치지 않는다. 세타2 엔진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소식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이 문제가 해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8년부터 세타2 GDI 엔진 리콜을 위해 충당금을 쌓았는데, 3년째 되는 해에 더 큰 규모의 충당금을 쌓겠다고 발표한 것”이라며 “시장에서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큰 금액”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는 이번 충당금 설정과 관련한 콘퍼런스콜에서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측정해 안전 문제를 예방하는)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을 장착하면서 잠재적 품질 문제를 예측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대한 배상 청구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생 보증 전략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노후차 엔진 교체 비용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나 전기차(EV)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배터리를 납품한 LG화학과의 책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대차와 LG화학 주가는 지난주 초부터 이날까지 각각 7%, 11% 하락했다. 코나 EV 관련 원인이 규명되면 충당금을 추가 설정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단기적으로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정의선 회장 체제로 전환하며 ‘품질 경영’에 타협은 없다는 의미에서 장기적인 신뢰 회복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