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NLL 넘어간 어선…해경은 몰랐고 軍은 늑장대응

입력 2020-10-19 17:38
수정 2020-10-20 03:42
지난 17일 우리 어선 한 척이 항로 착오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복귀한 사건과 관련해 군이 이 선박을 레이더로 포착하고도 북상(北上)을 저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해양경찰은 해당 선박의 NLL 통과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해 해상 접경 지역의 경계 태세에 여전히 큰 구멍이 뚫려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군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2시45분께 연평도 인근 우도 서남쪽 6.5㎞ 해상에서 북상하는 미상의 선박이 군 레이더에 포착됐다. 이 선박은 당시 서해 조업한계선(NLL 이남 약 20㎞ 해상)을 이미 통과한 후였다. 우리 어선이 조업한계선을 넘으면 해경이 이를 제지하거나 군에 공조 요청을 해야 하지만, 군은 당시 해경으로부터 공조 요청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군은 레이더 포착 후 9분이 지난 오후 12시54분 어선 위치 발신장치(V-패스)로 이 선박이 우리 국적의 어물 운반선인 ‘광성 3호’임을 확인했다. 2분 뒤인 오후 12시56분 해상 무선통신을 통해 광성 3호에 남쪽으로 귀항하라고 지시했다. 군이 광성 3호를 포착한 지 11분 만에 나온 첫 조치다. 하지만 광성 3호는 이 호출에 응하지 않고 오후 1시께 NLL을 넘었고, 10여 분간 NLL 북쪽에 머물다 다시 남쪽으로 돌아왔다.

군이 광성 3호를 발견하고 통신 호출을 하기까지 11분간 우리 어선의 북상을 방치한 셈이어서 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군이 해경에 광성 3호 관련 정보를 확인했을 때 해경이 “정보 사항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져, 해경이 이 배가 NLL을 넘을 때까지 이동 경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7월 탈북자의 서해 월북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해상 접경지역의 경계 허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해경 조사 결과 NLL 월선 당시 광성 3호에는 베트남인 두 명과 중국인 한 명 등 외국인 세 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 선장은 이날 오전 하산도 근해에서 어물을 인계받고 다른 배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 선장이 외부에서 위성항법시스템(GPS)을 확인한 뒤 외국인 선원들에게 복귀 지시를 내려 광성 3호가 다시 남쪽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조사에서 이 선원들은 GPS 오인으로 항로를 착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 측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해경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단순 항로 착오 사건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선원들의 대공 혐의점도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