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32·사진)는 설명할 수식어가 많은 골퍼다. 프로 통산 25승의 성공한 레전드, 배우 이완(36)의 부인이자 갓 결혼한 새댁 골퍼, 그리고 스마일 캔디라는 별명까지…. 그런 그의 이력에 ‘사업가’라는 명칭이 추가됐다. 본인의 이름을 건 골프 아카데미를 열어 ‘1인 3역’을 자처한 것.
이보미는 최근 경기 수원 이의동 이보미골프아카데미에서 기자와 만나 “투어 생활을 오래 하면서 감으로만 골프를 치는 시대가 지나갔다는 걸 깨달았다”며 “데이터에 근거를 둔 레슨이 필수라는 생각에 아카데미를 열었다”고 말했다. 현역 선수가 아카데미를 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보미를 설득한 것은 그의 어머니. 8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스크린골프장에 레슨 문의가 끊이지 않자 ‘적정한 때’를 기다렸다는 설명이다.
이보미는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며 “투어를 은퇴한 뒤에는 직접 레슨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스튜디오와 피팅숍을 갖춘 복합 형태로 꾸몄다. 박현경(20)과 이보미 등을 지도하는 이시우 프로가 헤드 프로를 맡았고, 강민웅, 최지희 등 5명의 프로가 레슨한다. 각 스튜디오에는 QED 런치모니터를 설치했다. 헤드스피드, 스핀양 등의 데이터는 물론 스윙궤적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피팅숍에선 미우라 등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의 클럽을 경험할 수 있다.
이보미는 주무대인 일본투어에 복귀하기 위해 19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성적은 나지 않았지만, 깨달은 것이 많다”며 “한국 무대에서 활동했던 2010년대 초반보다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윙 폼과 퍼팅이 다 좋고 공격적인 플레이까지 잘하는 (임)희정이와 (박)현경이가 인상에 남는다”며 “스스로에게 만족할 마무리를 위해 출전할 대회가 많지는 않지만 일본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일본투어는 3개 대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보미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댁이다.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가 시누이와 시아주버니다. 이보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시댁 식구들과 식사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라며 “태희 언니가 코로나19 때문에 일본행이 걱정되지만 프로인 만큼 잘 마무리하고 오라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수원=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