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열풍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서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올 3분기 신한·KB·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합산 전망치는 2조9935억원이다. 지난해 3조2446억원 대비 7.7% 증가한 규모다. 전분기 2조6848억원과 비교해서는 11.5%가 늘어나는 것이다. KB금융 리딩금융 굳히나 KB금융지주는 올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8.6%가 줄어든 8969억원에 그친 것으로 평가됐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에 이어 신한금융을 앞서며 리딩금융 그룹 자리에 한발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자회사로 편입한 푸르덴셜생명 관련 2000억원의 염가매수차액이 발생하면서 KB금융의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신한금융 3분기 실적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대출이 전분기 대비 1.8% 성장하면서 순이자이익이 2조원 늘어났을 것"이라며 "사모펀드 관련 대손비용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3분기 각각 6365억원, 4687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사모펀드 관련 비용이 지난 2분기 마무리되면서 3분기 실적 정상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우리금융의 3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230% 오르며 정상화가 점쳐진다"며 "다만 비은행 부분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은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급증한 대출, 효자노릇 톡톡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신용대출이 급증하며 순이자마진(NIM) 하락에도 순이자이익이 늘어서다. 다만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옥죄기로 하반기 수익성은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식투자로 이어지면서 증권사 실적이 함께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탄탄한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으냐 여부가 금융지주의 실적을 좌우하는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증가세가 한풀 꺽이면서 4분기 호실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은 지난 8월에만 5조3000억원이 늘어나며 역대 최대 규모를 보였지만, 금융당국의 옥죄기로 지난달 증가폭은 2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소폭 반등하며 순이자마진이 개선됐지만, 경기 불확실성과 자산건전성 우려는 여전하다"며 "신용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며 이자수익은 줄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