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근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직원들의 '근무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1년 설립된 KOICA는 외교부 산하 무상원조 전담 기관으로, 한 해 8000억~9000억원의 예산을 쓴다.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미경 현 KOICA 이사장이 취임한 2017년 이후 '임직원 윤리 실천 규정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은 22명이다. 2017년 10명, 2018년 7명, 2019년 4명, 올해 한 명이다.
작년 2월부터 12월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사무소에서 근무한 박모씨(4급)는 해외 주재원에 대한 근태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자체적인 '유연근무'를 하다가 올 1월 KOICA 자체 감사에서 적발돼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한 동료 직원은 감사 과정에서 박씨가 부임 초반 한 달에 15일 정도 사무실에 나오지 않았고, 작년 8~10월 병가를 쓴 뒤에는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육아 문제와 공황발작 증세, 사무실 새집증후군 탓에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고, 인근 카페나 쇼핑몰에서 근무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현지 직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인도네시아 사무소장 A씨는 출퇴근 때 운전기사가 딸린 업무용 차량을 이용해 오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KOICA 내부 규정에 따르면 임직원은 출퇴근 등 사적인 용도로 업무용 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 이 차량을 운전한 기사는 초과근무수당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A씨에 대해 경징계를 요구한 상태다.
김모씨(5급)는 2016년 8월부터 2년 가까이 탄자니아 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부하 직원에게 애완견을 돌보라고 시키는 등 '갑질'을 일삼다가 작년 5월 감봉 3개월 징계 및 조기 소환 조치를 받았다.
작년 상반기 코트디부아르 사무소장으로 근무하던 성모씨(3급)은 사업 파트너에게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공용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태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노는 식이라면 조직 사기와 업무 능률이 어떻겠느냐"며 "KOICA는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