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가 다음달 온라인 중심의 인공지능(AI) 융합 석사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 100% 온라인 수업은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일반대학의 100% 온라인 석사학위 과정이 열리게 돼 사이버대학과 일반대학 간 치열한 ‘온라인 생존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양대 “온라인 중심 AI 석사과정 설립”
한양대는 ‘인공지능융합대학원 인공지능시스템학과’의 신입생을 다음달 19일까지 모집한다. 이 과정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2년제 특수대학원 석사학위 과정이다.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최소화하면서 체계적인 AI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교육과정은 △컴퓨터공학 이론 및 실습 △AI 이론 및 실습 △AI 응용 △AI 플랫폼 등 총 4단계에 맞춰 구성했다. 컴퓨터 알고리즘, 통계, 딥러닝개론, AI를 위한 뇌신경과학, 컴퓨터 비전 등 AI 실무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수업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되, 팀 프로젝트·실습 등에선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한다. 한양대는 한 달에 1~2회 정도 오프라인 수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내년부터 일반대에 허용되는 ‘100% 온라인 석사과정’에 대비해 현행 규제 내에서도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했다는 게 한양대 측의 설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사이버대에만 허용하던 온라인 석사학위 과정을 일반대학도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국내-해외 대학이 공동으로 온라인 과정을 운영하거나, 국내 대학이 단독으로 온라인 석사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관련 훈령이 올해 말까지 제정되면 내년 하반기에는 대학별로 온라인 석사과정 개설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노미나 한양대 인공지능시스템학과 주임교수는 “한양대의 자체 원격수업 플랫폼인 ‘하이라이브’를 통해 수준 높은 원격수업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추후 교육부 훈령이 제정되면 100% 온라인 수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대-일반대 ‘평생교육’ 놓고 경쟁
한양대가 온라인 석사과정의 신호탄을 쏘면서 다른 대학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은 아직 관망하는 중이다. 교육부의 세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다들 관심이 있지만 교육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있어야 설립 준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사이버대와 일반대 사이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평생교육’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사이버대가 특화했던 직장인 대상 교육을 일반대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원격대학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21개 사이버대의 2019학년도 신입생 2만5285명 중 30대 이상은 61.9%다. 여기에 20대 후반(15.6%)까지 포함하면 최대 77.5%까지를 고졸 학령 인구가 아니라 성인 학습자로 분류할 수 있다.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사이버대 재학생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12만3281명이던 사이버대 재학생은 2018년 12만5118명, 올해 13만2483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일반대학 재학생은 학령인구 감소로 2016년 208만4807명에서 올해 198만1003명으로 줄었다.
사이버대학은 전문화한 시스템과 평생교육에 특화한 점을 내세워 일반대학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영철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사이버대학은 평생교육에 특화해 일반대학에는 없는 과정을 제공하는 만큼 분야가 겹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교육부도 일반대학과 원격대학 간의 특수성 차이를 고려해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