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 켜고 신사업 길 찾는다…SKT, 땅에서 하늘로 '모빌리티 확장'

입력 2020-10-16 17:31
수정 2020-10-17 00:50

SK텔레콤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의 역사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글 지도의 상용화(2005년)보다도 3년 빠르다. “세계 최초의 모바일 내비”라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 다음으로 사용자도 많다. 지난 8월 기준 월간 활성화 사용자(MAU)가 1289만 명에 이른다.

사용자 규모에 비해 적은 매출은 약점이었다. ‘부가서비스’로 시작한 탓에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던 것. 이 때문에 T맵 담당 조직은 SK텔레콤과 SK플래닛 사이를 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맵데이터 판매, 광고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하면서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290억원 수준이던 모빌리티 사업 매출은 올해 46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분사 결정은 “모빌리티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의 방증인 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당분간 모빌리티 사업 매출이 매년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T맵 기반 4대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수’오는 12월 분사 예정인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전문 자회사 ‘티맵모빌리티’(가칭)의 자산은 국내 1위 모바일 내비인 T맵과 등록기사 20만 명, 월 이용자 75만 명인 국내 2위 택시호출 서비스 ‘T맵 택시’다. T맵 대중교통, T맵 주차 등 성장 사업도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를 바탕으로 △T맵 플랫폼 △T맵 오토 △택시·대리운전 등 호출 서비스 △이동수단 구독형 서비스 등 네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와 동맹을 맺고 기술 및 플랫폼을 공유한다. 우버는 티맵모빌리티 및 내년 출범하는 조인트벤처에 총 1억5000만달러(약 1719억원)를 투자한다.

T맵 플랫폼은 T맵을 활용한 일반 소비자 대상(B2C) 서비스다. 탄탄한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식당 등의 쿠폰을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와 주차장 탐색-이동-결제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주차 서비스, T맵 내 맞춤형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T맵 오토는 완성차에 선적용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IVI)다. 음성인식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와 음원 서비스 ‘플로’, 결제 서비스 ‘SK 페이’ 등 SK텔레콤과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의 콘텐츠를 통합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앞서 BMW·볼보·재규어 등 자동차 회사에 IVI를 공급해왔다.

택시·대리운전 호출 사업은 우버와 협력해 대대적으로 키운다. 현재 T맵 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택시’와의 경쟁에서 크게 뒤처진 상태다. SK텔레콤은 T맵 플랫폼과 지도·차량 통행 분석 기술을 우버의 글로벌 운영 경험, 모빌리티 기술과 결합해 카카오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목표다.

택시 호출을 넘어 차량공유, 렌터카, 전기자전거·킥보드, 주차 등을 아우르는 ‘올인원 모빌리티 서비스’도 내놓는다. 여러 교통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모델을 출시해 다양한 이동 관련 서비스를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다. 전기자전거·킥보드처럼 현재 진출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선 기존 업체들과의 협력, 제휴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자사 기술을 활용해 플라잉카 내비게이션과 높은 고도의 지형·지물을 고려한 3차원(3D) 고화질 지도, 플라잉카를 위한 지능형 항공 교통관제 시스템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탈통신 넘어 ‘빅테크’로 변신하는 SKT모빌리티 사업 분사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꾸준히 추진해온 ‘탈(脫)통신’ 행보의 일환이다. 박 사장은 올해 초 “SK텔레콤은 이제부터 ‘뉴 ICT 컴퍼니’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몇 년 동안 분사와 인수를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해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와 음원 서비스 ‘플로’, 국산 앱스토어 ‘원스토어’ 등을 내놨고 물리보안업체 ADT캡스와 양자보안 전문회사인 스위스의 IDQ를 인수하며 보안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를 넘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사업을 이동통신, 미디어, 보안, 커머스에 이은 다섯 번째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현재 1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은 티맵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2025년까지 4조5000억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사장은 “고객들이 이동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행복한 삶을 누릴 시간으로 바꾸고, 어떤 이동 수단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