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세계 1위 승차 공유회사 우버와 손잡고 15조원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다. 모빌리티는 5세대(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각종 첨단기술이 망라되는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17년 취임 당시 '탈(脫) 통신'을 선언하고 회사를 종합 정보기술통신(ICT) 회사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모빌리티 사업화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수익 모델 발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T맵과 모빌리티 기술 근간이 5G 이동통신 강점을 활용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우버'로부터 1700억 투자유치…구독형 서비스 출시 예정SK텔레콤은 16일 '모빌리티 사업단'을 물적분할해 연내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임시 주총은 다음달 26일 열리고, 실제 분할 예정일은 오는 12월29일이다.
'모빌리티 사업단'은 지난해부터 250명 규모로 T맵과 T맵 택시, T맵 대중교통, T맵 주차 등의 서비스 운영해왔다. 신규 설립될 티맵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 T맵, 차량 내 결제 등 완성차용 'T맵 오토', 택시호출·대리운전 등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구독형 모빌리티 사업'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버로부터 약 5000만달러(약 57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 측은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며 생태계를 키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내년 상반기 티맵모빌리티와 우버가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양사가 동등한 지분으로 택시 호출 사업을 한다. 우버는 1억달러(약 1145억원)를 투자한다. 티맵모빌리티가 가진 T맵 택시 드라이버, 지도·차량 통행 분석 기술과 우버의 세계적 운영 경험, 플랫폼 기술을 합쳐 혁신적인 택시 호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모빌리티 분야를 그룹 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5대 핵심 사업으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가장 먼저 티맵모빌리티는 렌터카·택시·전동킥보드·자전거·대리운전·주차 등을 모두 묶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올인원MaaS' 서비스를 구독형 모델로 출시해 차별화에 나설 예정이다. 회사 측은 "출범 단계에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티맵모빌리티를 2025년 4조5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자로 떠오른 카카오모빌리티…국내 모빌리티 '지각변동' 예상SK텔레콤의 모빌리티 사업 진출 선언으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와 카카오, 벤처기업인 타다, 쏘카 등 전방위에 걸쳐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공유차량 서비스 '타다'는 기존 택시사업자들의 반대에 부딛혀 지난 4월 사업을 접고 임대 모델을 기반으로 일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가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 택시(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던 카카오가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른 것이다.
택시호출 서비스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올인원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업계 판을 뒤흔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의 T맵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약 1200만명에 육박하는 '국민내비게이션' 서비스로 카카오내비에 비해 약 2배 이상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음성비서, 주차장, 택시호출, 자동차 판매와 대여, 맛집 및 관광지 안내 등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티맵 택시 등록기사는 20만명, 월 이용자 75만명에 불과해 국내 2위에 그치지만 우버의 브랜드 파워와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수혈하면 충분히 카카오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도 긍정적이다. 국토교통부 지난 5월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현재 8조원 규모인 모빌리티 시장 규모를 2030년까지 15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G는 결국 IoT로 진화하고 AI, 플랫폼, 맵과 융합해 5G자율주행자동차 산업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B2B(기업간거래) 부문에서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며 "모빌리티 분사 후 기업공개(IPO)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가치가 증대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