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간 5조원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S) 사건의 새 중재판정부가 최근 화상으로 질의응답(hearing)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새로 선임된 윌리엄 이안 비니 의장중재인이 사건 파악에 속도를 내면서, 8년째 진행 중인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국제중재업계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론스타-한국 ISDS’ 중재판정부는 지난 14~15일 질의응답 절차를 진행했다. 하루에 6시간씩 이틀간 총 12시간에 걸쳐 충실한 질의응답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질의응답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5552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려 한 과정에서 한국 금융당국이 부당하게 승인을 지연하고, 차별적인 세금을 매겨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2013년 5월 조니 비더 변호사(영국)를 의장중재인으로 하는 세 명의 중재판정부가 구성되면서 중재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 양측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증 1546건과 증인·전문가 진술서 95건 등을 제출하는 등 서면공방을 벌였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4회에 걸쳐 대면심리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전임 비더 판정부는 심리 절차를 모두 마치고도 3년 가까이 절차종료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비더 변호사가 지난 3월 건강상 이유로 의장중재인 자리에서 사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별세했다.
이후 지난 6월 캐나다 대법관을 지낸 윌리엄 이안 비니 변호사가 새로운 의장중재인으로 선임되며 중재 절차가 재개됐다. 지난 14~15일 진행된 질의응답은 그가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질의응답이었다.
신임 비니 중재판정부가 사건 파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최종 결론은 언제 날지 미지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수년 동안 누적된 기록이 있기 때문에 비니 의장중재인이 이를 바탕으로 신속히 결론낼 수도 있지만, 필요시 그가 추가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며 “국제중재 절차는 의장중재인의 재량권이 커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재판정부가 필요한 절차를 다 마쳤다고 판단하면 절차종료선언을 하게 된다. ICSID 규칙 제46조에 따라 절차종료선언 이후 120일(최대 180일) 이내 최종 판정이 선고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