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교사, AI 펀드매니저, AI 의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며 유례없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층 빨라진 속도로 AI가 전 분야로 파고들면서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AI 혁신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에 목숨을 걸고 있다. 정부는 물론 기업, 학교들까지 AI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육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글로벌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AI를 미래 생존무기로 삼으려는 정부, 각 기업과 달리 일각에선 AI가 인간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는 11월 11~12일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AI 시대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들을 각계 전문가들과 고민해보는 자리가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마련된다. AI가 미래 패권 결정
장클로드 융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모두를 위한 AI 시대와 유럽의 대응전략’을 소개한다. 올해 인재포럼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기조세션이다. 융커 전 위원장은 이 세션에서 미래사회 AI의 중요성과 혁신성을 조명하고, 유럽의 AI 대응전략을 미국·유럽 등 경쟁국과 비교해 설명할 예정이다. 융커 전 위원장은 유로화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95년부터 18년간 룩셈부르크 총리를 지내 ‘유럽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갖고 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EU 유럽이사회 의장으로 유로그룹을 이끌며 2009년 유럽 재정위기 대응을 구체화하는 데 일조한 인물이다. EU는 재정위기, 브렉시트 등 난관을 겪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AI 연구에선 미·중 못지않게 공격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발표한 ‘인공지능 백서’와 ‘데이터 전략’을 통해 유럽 내 단일 AI 생태계를 조성하고, ‘데이터 경제’의 선두에 서기 위한 정책 및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선도자들이 말하는 AI100여 년 전 등장한 전기공학과 50년 전 등장한 화학공학처럼 기초과학의 발전은 공학 발전은 물론 건전한 경제적 기반을 갖추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AI도 전 세계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공학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세계의 교통과 의료, 유통, 항공, 금융 등 각 분야에서 AI를 통한 대규모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반복적이고 물리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에게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챗봇이나 지능형 에이전트처럼 직원과 고객 간의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AI 전문가들은 AI는 인간 행동 및 가치와 긴밀히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전기, 화학 등의 과거 공학과는 대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도로 진화한 AI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은 인간에게 불안감과 두려움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첫날 기조세션에서는 헬스케어·금융·예술 등 각 분야의 AI 선도자들이 AI와의 협업을 극대화할 방법을 논의한다. 인간이 기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기계가 어떻게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는지, 인간과 기계의 협업에 적합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어떻게 재설계해야 하는지 등을 실제 사례로 제시할 예정이다. “AI 인재가 미래자산”IBM, 구글은 물론 삼성·LG·SK 등의 기업들도 AI를 미래 사업 경쟁력을 좌우할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AI로 인해 바뀌는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 양성이 절실한 이유다. 이미 글로벌 기업은 물론 해외 유수 대학들도 AI 투자에 수조원씩 쏟아붓고, 전문가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AI 분야에서 권위자로 손꼽히는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영입해 삼성전자의 AI 관련 사업 전반을 맡겼다. 국내 대학들 역시 고액 연봉을 감수하면서 AI 전문가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포럼에선 인재 양성의 중심축인 고등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AI 시대 인재 육성 방향 및 방법 등을 모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AI,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AI는 미래 사회의 핵심 기술이고 많은 편익을 가져다주지만 수많은 법적, 윤리적 문제도 초래한다. AI가 판단하는 의료행위와 자율주행차 사고 시 책임소재 문제, AI가 대체하는 일자리, AI의 개인 데이터 수집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AI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AI가 빠른 속도로 일상에 파고들면서 세계 AI 관련 기관 및 기업들도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인재포럼에서도 공학, 법학, 사회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가 모여 ‘신뢰할 수 있는 AI’를 논의한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정성, 책임성,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AI 공급자와 이용자가 모두 윈윈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본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사례가 나오고 있고 머지않아 단순노동은 물론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 업무의 상당 부분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기술 앞에 인간은 무엇으로 맞설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 그리고 철학적 사고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에 맞설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나아가 기계가 인간을 닮아가고 있는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도 공유해볼 예정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