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의 무허가 포장마차가 철거된 데 항의하는 노점상인들이 한 달째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노점상인은 구청 사무실 유리와 문을 깨며 난동을 부렸다. 마포구는 “학교 앞에서 불법으로 술을 팔고 있어 수십 년째 계도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아 철거했다”고 해명했다.
갈등은 한 달 전 시작됐다. 마포구는 지난달 2일 한국전력 마포용산지사 앞에 있는 노점상 다섯 개를 전부 철거했다. 마포구는 이들 노점상이 초등학교 앞에서 술을 파는 행위를 문제 삼았다. 쓰레기 투기, 흡연 등으로 등하굣길이 더럽다는 이유에서다. 인근 주민과 학부모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이 일대는 ‘한전 포장마차 거리’로 불린다. 저녁마다 술잔을 기울이는 직장인으로 붐빈다. 포장마차 거리 앞에 염리초가 있다.
학교 주변에서 술을 판매하는 행위는 서울시 규정(거리가게 허가제)에 어긋난 행위다. 마포구는 이런 이유로 지난 수년간 노점상인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도 술 판매를 멈추지 않자 거리에 있는 포장마차를 철거했다는 게 마포구 측 설명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노점상인의 생계를 위해 술 말고 다른 먹거리를 판매하라고 제안했으나 수년 동안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노점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는 지난달 8일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노점상인들이 장사를 안 하는 사이에 포장마차를 기습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노점상인들이 이날 구청 로비를 점거하면서 한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노점상인들은 지난 7일과 12일에도 구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말에는 구청 직원과 말다툼을 하던 중 한 노점상인이 사무실 책상 유리와 문을 깬 것으로 알려졌다. 7일에는 마포구청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구청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마포구는 ‘술 판매 중단’이라는 중재안 전제를 받아들여야 노점상인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들 노점상인은 포장마차가 철거된 뒤에도 길거리에 돗자리와 식탁 대여섯 개를 깔고 영업을 지속했다. 이 모습은 마포 지역 맘카페 ‘마포에서 아이 키우기’에 사진으로 올라왔다. 글에는 “학교 앞에서 뭐하는 짓인가요” “민원 넣어도 단속이 안 나오는 것 같다”란 댓글이 달렸다.
김연희 서부노련 사무차장은 “마포구와 ‘상생자문단’을 꾸려 어떻게 주민 민원을 줄여 나갈지 협의해오던 와중에 일방적으로 포장마차를 철거해 갔다”며 “한전 포장마차 거리는 직장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어서 술을 팔지 말라는 얘기는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