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뮤직 "할인마케팅 없이 가입·점유율 늘어…비결은 음원 서비스 고도화"

입력 2020-10-15 15:07
수정 2020-10-15 15:56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지니뮤직은 비대면 환경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갔다. 지니뮤직은 올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매출이 1223억원,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6%, 17.6% 증가했다. 실적 개선을 이끈 조훈 지니뮤직 대표를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상반기 좋은 실적을 올린 비결은?

“2018년 지니뮤직은 CJ 디지털뮤직과 합병했고, 지난해 CJ 엠넷닷컴 및 올레뮤직 등과 플랫폼을 통합해 이용자를 지니뮤직으로 이관했습니다. 플랫폼 통합 효과로 중복 비용을 줄여 비용 효율화를 이뤄냈죠. 또 IBK 등으로 제휴 판매 채널을 확대해 매출을 증대시켰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용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대폭 개편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은 것도 주효했습니다. 가령 트로트가 인기를 끌 때 트로트 차트를 즉각 선보였습니다. 10~20대에 편중됐던 이용자 연령대가 30대 이상으로 확대됐죠. 지니뮤직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갔습니다. 올해는 지니뮤직의 누적 결손이 해소돼 주주들에게 배당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최근 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음원시장의 극심한 경쟁 상황에서 지니뮤직의 점유율이 1년 전 24.0%에서 25.5%로 상승했는데요.

“이 점유율 수치는 방문자 기준입니다. 방문자는 볼거리가 많아야 찾아옵니다. 다채로운 영상 콘텐츠 서비스는 기본이고, 스트리밍업계 최초로 초고음질 서비스도 내놨습니다. 클래식 마니아가 즐기기에도 좋죠.”

▷주주사인 KT와 LG유플러스의 마케팅 지원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비용 효율화를 위해 지난 3월부터 할인 마케팅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증가했고, 원가 상승을 막아 이익도 늘었습니다. 하반기에는 이익이 더 증가할 것입니다. 경쟁사들이 주주사의 마케팅 지원을 받는 가운데 지니뮤직이 할인 마케팅 중단을 결정할 때 고객이 이탈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죠. 하지만 지니뮤직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 훼손당하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고도화를 이룬 게 주효했죠. 저가를 좇는 고객층은 일정 규모로 정해져 있으며, 이들은 회사 경영에 도움이 안 됩니다.”

▷음원의 수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양대 차트를 석권하면서 K팝이 세계에서 ‘핫’한 콘텐츠가 됐습니다. 지니뮤직은 음원을 미국, 일본, 중국 등 50여 개국에 수출했고, 대상국을 더 늘릴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텐센트와 수출 계약을 했고 글로벌 유통사인 푸가를 통해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음원을 수출했습니다. 올 상반기 해외 음원 매출은 전년 상반기보다 110% 증가한 85억원이었습니다. 연말까지 수출 목표를 작년보다 네 배 늘어난 2000만달러 이상으로 잡았습니다. 음원 수출은 수년 전만 해도 거의 없었던 분야입니다.”

▷올 들어 업(業)을 재정의하고 비전을 새롭게 수립했는데요.

“지니뮤직은 그동안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기업이었지만, 올 들어 ‘인공지능(AI) 음악전문 기업’으로 재정의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기업’이란 비전을 세웠습니다. 지니뮤직 3대 주주사인 KT, CJ ENM, LG유플러스가 긴밀하게 협력해 5G 환경과 AI 기술을 발전시켜 지원해준 덕분에 지니뮤직이 음악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는 가운데 경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어서 의미가 컸습니다.”

▷‘AI 음악전문 기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AI는 음악 부문에서 보이스검색과 큐레이션에 이어 음악창작 영역까지 확대됐습니다. AI는 나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줍니다. 지니뮤직은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고, 음악 창작의 기쁨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AI 창작 영역에 진출했습니다. 지난달 AI 창작 동요앨범 ‘신비와 노래해요’를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출시했고 연말께 AI 캐럴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신비와 노래해요’는 CJ ENM의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캐릭터가 나와 5곡을 부릅니다. 이는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 AI 창작 기술을 가진 강소기업 업보트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 결실입니다. 지니뮤직은 AI가 작곡한 배경음악(BGM) 서비스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이 제작한 영상에 BGM으로 AI가 작곡한 노래를 넣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취향에 따른 음악의 색깔을 달리한 큐레이션 서비스도 내놨는데요.

“‘PLAY YOUR COLOR’는 음악을 시각화한 세계 최초의 서비스입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댄스” “트로트” 이렇게 답하죠. 하지만 댄스 중에도 록댄스와 리듬댄스가 다르죠. 트로트도 밝은 분위기가 있고, 애절한 분위기도 있죠. 그것을 330가지 컬러로 표현했습니다. 장르를 세분화해 내 취향을 색깔로 표현해주고, AI가 지금까지 들었던 데이터를 분석해 내 음악 색깔에 딱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줍니다. 자신의 음악 색깔을 타인과 SNS로 공유할 수 있게 되고, 내 음악 컬러가 매일 듣는 음악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한 달 동안 캘린더로 내 음악 색깔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할 수 있고, 그것을 SNS로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가상형 실감(VP·버추얼플레이) 음악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습니다.

“VP 음악사업은 5G 네트워크, HMD헤드셋, VP 음악 콘텐츠 기술의 진화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선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VP는 비대면 시대에 세계 팬덤이 K팝과 K팝 스타를 가장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마마무의 가상형 실감음악 앨범을 출시해 성과를 냈고, 올 연말에는 아이돌그룹 VP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마무 앨범 판매의 30%가 해외 팬인 점을 고려해 이번에도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료 음악서비스인 유튜브뮤직 프리미엄이 지난달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음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유튜브뮤직 프리미엄의 국내 파급력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여기서 음악은 여러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며 그것도 ‘보는 음악’ 중심입니다. 최신 음악들이 늦게 올라옵니다. 유료화한 지 얼마 안 돼서 음질도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음질을 고려한다면 지니뮤직을 선택할 것입니다. 유튜브 구독자는 영상을 보면서 음악을 듣지만, 지니뮤직 구독자는 음악을 들으며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죠. 음악을 듣는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쉽게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 최대 음악플랫폼인 스포티파이도 국내 진출을 위해 음악권리권자들과 협의 중인데요.

“스포티파이는 국내 음악플랫폼과 같은 서비스 구조지만, 음악 사용료에 대해 다른 기준을 요구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권리권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죠. 유튜브뮤직 프리미엄과 스포티파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로컬 콘텐츠를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 음원은 스포티파이가 많겠지만 가요 음원은 국내 업체가 많습니다. 국내 구독자는 가요 이용률이 전체의 70%를 웃돕니다. 차트 상위 100곡 중 외국 팝송은 3개 정도죠. 지니뮤직은 CJ ENM의 영상뮤직 콘텐츠를 독점 제공할 수 있고, 큐레이션 부문에서는 다년간 축적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가요 큐레이션이 해외 업체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얘기죠.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개발해 음악시장을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