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족이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함께 탔던 동료 9명의 진술 조서를 보여 달라"며 해양경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북한 등산곶 해상에서 피격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47)씨의 형 이래진(55)씨는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경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 피격 사건 이후 해경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니 더는 믿기가 어려워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기자회견에서 "그간 무능한 수사당국의 갈팡질팡으로 인해 국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좌고우면보다 모든 정황을 냉철하게 판단해 조속히 (수사를) 종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나름대로 동생의 죽음을 재구성해 본 결과 동생이 (북한군에 피격되기 전) 체포돼 (해상에서) 이끌려 다닌 시간에 이미 익사했거나 심정지 상태가 됐을 것"이라며 "해경은 왜 동생의 월북을 단정해 발표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동료) 선원들에게 월북 가능성을 물어본다면 전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래진씨 변호인은 "무궁화 10호 선원들이 해수부 조사 당시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해경에 말한 진술 내용과 비교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한다"며 "만약 (해경의) 진술 조사가 공개되면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경이 월북이라고 발표했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A씨의 아들에게 전달된 A4용지 한 장 분량의 문재인 대통령 답장 전문도 이날 공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이씨는 "(A씨의)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면서 "(동생의 죽음이)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또 "(답장은) 손편지가 아닌 컴퓨터로 작성된 문서로 A4용지 한 장 남짓한 분량"이라며 "(편지 내용은) 대통령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혀왔던 내용이고 더 추가된 대책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