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감염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겨울로 이어지는 환절기에는 기온 변화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이 때문에 감기, 독감 등 계절성 감염질환은 물론 대상포진 같은 질환이 생길 위험이 크다. 개인 위생 수칙을 잘 지키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올해 크게 줄어든 호흡기 감염병
국내 코로나19 유행 후 환자가 줄어든 대표 질환은 독감이다. 마스크를 잘 쓰고 손을 씻는 등 개인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다.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몸속으로 파고들 틈이 없어진 셈이다.
질병관리청(KDCA)이 전국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52개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호흡기 바이러스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올해 국내 호흡기 바이러스 양성률은 3월에 12.7%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7%에 비해 크게 줄었다.
4월도 올해 21.7%, 지난해 77.6%로 큰 차이를 보였다. 9월에도 올해 22.8%, 지난해 49.1%로 격차가 비교적 컸다. 이지용 에이치플러스(H+) 감염내과 과장은 “코로나19로 모임이나 외출 대신 비대면 접촉이 늘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가 일상화되면서 감기 등 감염성 호흡기질환 발병률이 크게 줄었다”며 “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해 가벼운 증상만으로는 병원을 찾지 않는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했다. 감염질환 예방하는 손 씻기
감기 등 감염병을 예방하는 기본은 손 씻기다. 손만 잘 씻어도 감염질환의 60% 정도를 예방할 수 있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행동은 감염질환의 통로가 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연구진이 2015년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학생들은 시간당 평균 23번 얼굴을 만졌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유입 통로인 입, 코, 눈을 만지는 횟수가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사람의 한쪽 손에는 6만 마리의 세균이 있다. 3시간만 손을 씻지 않아도 26만 마리의 세균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기침한 뒤, 음식 먹기 전, 화장실 다녀온 뒤, 외출 후 수시로 손을 씻어야 한다. 손을 잘 씻으면 설사질환은 30%, 감기나 독감 등 호흡기질환은 20% 정도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각종 감염원이 들어 있는 비말 등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감염된 질환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걸린 감염질환이 내게 전파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감염원을 차단해 주는 중요한 도구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19의 백신 역할을 한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환절기 되면 면역력 뚝 떨어져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면역력은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방어막이다. 몸안에 들어온 병원체와 싸우는 역할도 한다. 면역세포가 제 역할을 하면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몸속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해 증상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면역력에 따라 각종 감염성 질환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환절기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다. 날씨 변화가 크면 인체가 이에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인체는 늘 같은 체온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외부 온도가 갑자기 변하면 혈관, 피부 등은 체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수축한다. 이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쓴다.
자연히 면역계가 사용해야 할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환절기에 체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면역력이 37% 정도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 병원체와 싸우는 힘이 약해진 데다 가을철 날씨가 건조해지면 점막도 건조해진다. 점막이 건조해지면 호흡기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오기 좋은 환경이 된다.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도 감염병이 잘 퍼지는 요인이 된다. 병원체가 몸속으로 들어가기 쉬운 건조한 공기, 추운 날씨에 떨어지는 면역력, 감염원이 모이는 환경 등이 맞물려 감기, 독감 등 각종 감염질환이 늘어나는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 면역력에 도움환절기 각종 감염질환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체온 관리에 신경 쓰는 게 중요하다. 낮에도 방심하지 말고 체온을 잘 유지해야 한다. 외출할 땐 여러 겹의 옷을 챙겨 입어 외부 기온에 따라 자유롭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소 가벼운 조깅이나 산책 등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좋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피하고 잠은 하루 7~8시간 이상 충분히 자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보충하기 위한 식사도 중요하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인체가 면역세포를 잘 만들어 내지 못한다.
햇볕을 쬐면 합성할 수 있는 비타민D를 포함해 각종 비타민은 면역 세포를 만들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비타민B는 피로를 일으키는 젖산이 몸속에 쌓이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식 등을 통해 이런 영양분을 보충하지 못한다면 영양제 등으로 보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