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모빌리티 사업 분사…'T맵' 확 키운다

입력 2020-10-14 01:01
수정 2020-10-14 01:03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 부문을 분사한다.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T맵을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13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모빌리티 자회사 설립에 대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글로벌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가 모빌리티 자회사에 1000억원가량 투자해 2대 주주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하는 이유는 신사업으로 본격 육성하기 위해서다. T맵은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를 통한 수익은 미미했다. 하지만 그동안 쌓은 이동 정보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T맵을 플랫폼으로 삼고 여기에 각종 서비스를 탑재해 영향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T맵에 AI 플랫폼 ‘누구’를 탑재한 ‘T맵×누구’를 선보였다. 차 안에서 목소리만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전화를 걸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T맵 내 신규 기능으로 ‘T맵 쇼핑’을 선보였다. 이용자들의 T맵 주행거리와 주유소 결제 금액에 따라 쇼핑 가능한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고객의 수요를 파악해 신차, 렌트, 리스 등 자동차 구매와 차량용 부품, 주유권, 세차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향후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고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콘텐츠, 쇼핑 등 ‘즐길거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음원 재생 서비스 ‘플로’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등 자사 서비스를 차량에서 제공해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볼보와 손잡고 누구, 플로, T맵 등이 탑재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로드맵의 일환이다.

우버와 손잡고 그동안 카카오에 뒤처진 택시 사업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 진출했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는 국내 규제로 포기했다. 작년부터 택시 사업자와 앱 기반 ‘우버 택시’ 호출 사업을 하고 있다. SK텔레콤도 2015년부터 택시 호출 서비스 ‘T맵 택시’를 운영 중이지만 카카오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자사의 T맵 데이터와 우버의 차량호출, 모빌리티 노하우를 결합해 카카오 모빌리티에 맞서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1월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공유 기업인 그랩과 손잡고 조인트벤처(JV) ‘그랩 지오 홀딩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차량·도로 정보, 교통 현황 등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및 초정밀 위치 측위 솔루션 등 T맵의 핵심 기술력과 인프라를 제공했다. SK텔레콤은 그랩과 손잡고 동남아 시장으로 T맵의 영향력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모빌리티 관련 일부 부서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종각으로 이전했다. T맵 분사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